연합뉴스코스피와 코스닥이 새 역사를 쓰면서 관련 지표도 '사상 첫' 기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7일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말 87조원에서 15% 증가했습니다. 1월 거래대금은 사상 첫 1000조원을 넘었고, 활동거래계좌수도 9982만개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습니다.
동시에 "세상에 온통 주식 이야기뿐인데 지금이라도 시작할까요?"라며 '포모(FOMO) 증후군'을 호소하는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왜 내 주식만 마이너스냐"면서 눈물을 훔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지수 하락에 레버리지로 베팅하는 이른바 '곱버스'인 코스피200선물 인버스2×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하는 개인도 상당합니다. 올해 들어 코스피200이 약 28% 넘게 상승했는데, 개인은 이 곱버스 ETF를 5천억원 가까이 순매수했습니다.
다행히(?) 이런 포모 증후군은 국내외 기관도 앓고 있습니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최근 '홍콩·싱가포르 출장기'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의 급등에 해외 투자자 관심도 높았고, 투자해야 한다는 압박도 큰 듯했다"면서 "다만 한국 기관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너무 빠른 주가 상승에 자금 집행 타이밍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이어 "10월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생각보다 약하다. 이는 한국 증시에 비관적이라서가 아니라 자금 집행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서가 더 커 보인다"며 "10월 차익실현 이후 예상치 못한 증시 급등에 당황한 모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지표에서도 상승 랠리에 대응한 고민의 흔적들이 발견됩니다.
먼저 옵션시장입니다. 현재 시장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풋콜레이쇼(Put Call Ratio)'는 최근 들어 2배를 돌파했습니다. 지난 9일과 22일에는 각각 2.9배와 2.81배로 3배에도 근접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9년 고점 2.76배를 넘은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대비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의 거래량을 뜻하는 풋콜레이쇼는 통상 0.9~1배 사이에 머물고 있습니다. 1배보다 낮으면 상승 베팅 우세, 1배보다 낮으면 하락 베팅 우세를 뜻합니다.
여기에 공매도 대기 자금인 '대차 대기 잔고'가 최근 136조원을 넘었습니다. 1년 전 50조원대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대비하는 움직임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IBK투자증권 권순호 연구원은 "과도한 상승에 대한 경계 심리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 확대와 함께 매수 대기자금이 늘어나는 동시에, 매도 포지션 대기와 옵션 헤지 수요 또한 확대하며 하방에 대한 대기자금이 함께 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고민이 담긴 또 다른 지표는
'V코스피(VKOSPI)'입니다. 옵션시장의 심리를 나타내는 이른바 '공포지수'인데요. 시장은
공포지수가 20을 넘으면 하락 우려가 크고, 30을 돌파하면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해석합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4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한 '해방의 날' V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5% 급등한 44.23을 기록했는데요. 코스피는 같은날 5.57% 급락한 2328.2로 마감했습니다.
이 같은
V코스피는 지난해 말 26이었는데, 최근 40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1월 평균은 33을 넘으며 지난해 1~3분기 평균 21.7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현재처럼 신고점을 연일 경신하는 강세장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현상인데요.
미국 S&P500이 최근 사상 처음으로 7000을 돌파했는데, 미국의 공포지수인 'VIX'는 16에 머무는 것과 대조적이죠. VIX는 '해방의 날' 당시 60까지 치솟았습니다.
다만
이런 현상을 코스피가 앞으로 하락할 것이란 공포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상승과 하락 양쪽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변동성 확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원은 "하방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증유의 국면에 진입한 한국 주식시장의 경우 투자자들이 상방 위험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신흥시장이지만, 2010년 이후 한국 공포지수 V코스피는 미국의 공포지수, VIX보다 낮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코스피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박스권에 갇힌 탓에 미국보다 변동성이 제한적이었다는 의미죠.
따라서
코스피 재평가가 시작된 지난해 이후 V코스피가 VIX보다 높아진 것은 공포 확대라기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지수가 워낙 단기간에 급등하니 하락할 가능성 대기하는 베팅도 많고 반대로 오를거라는 베팅도 많은, 양방향 어느 쪽이든 대기가 많아진 상태인 겁니다.
전 연구원은 "30 중반의 V코스피를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주식 비중의 축소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심리지표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상하방 위험의 진폭이 이전에 비해 크게 확대한 상황에서
V코스피의 레벨업은 과도기 국면에서 형성되는 정상적인 흐름으로 해석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