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시진핑 주석이 2012년 집권한 이후 줄기차게 추진해온 '반부패 운동'은 최근 중국군 서열 2위였던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내치면서 절정에 달했다.
장 부주석과 함께 류전리 연합참모부 참모장(군사위원)이 지난 24일 옷을 벗으면서 중앙군사위는 7명 가운데 2명만 남게 됐다. 나머지 리상푸 국방부장(장관), 먀오화 정치공작부 주임, 허웨이둥 부주석은 2023년부터 차례로 쫓겨났다. 시 주석을 제외하면 장성민 부주석 1명뿐이어서 "전례가 없는 일"로 평가될만한 초강수다. 장 부주석과 류 참모장을 포함해 최근 낙마한 중국 인민해방군의 최고 계급인 상장(대장급)은 총 13명에 달한다.
정치권(중앙당)에서는 시 주석 집권초기부터 저우융캉 정치국 상무위원,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정치국원), 쑨정차이 충칭시 당서기(정치국원) 등이 부패·권력남용 혐의 등으로 잇달아 처벌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부패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고위직, 이른바 '호랑이'(차관급 이상)는 역대 최다인 65명에 달했다.
당 먼저 치고 군은 나중에 처리
장유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왼쪽)과 중앙군사위 위원인 류전리 연합참모부 참모장. 연합뉴스시진핑 주석의 부패척결은 정치권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군대를 겨냥했다. 정치권의 부패척결이 대중적 지지를 얻는데 더 용이하고, 난제인 군권력 장악을 위해서는 충분한 명분과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추구하는 인민해방군 개편은 군내부의 물갈이가 목적으로 보인다. 그가 스스로 임명한 군인사를 거침없이 자르거나 측근으로 분류된 사람의 낙마를 막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허웨이둥 부주석과 먀오화 중앙군사위원 등 시 주석의 푸젠성 인맥인 '푸젠방' 인사들의 잇따른 숙청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두고 장 부주석과의 군력 다툼에서 시 주석의 권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장 부주석이 낙마하면서 설득력은 크게 낮아졌다.
시 주석은 자신이 속한 훙얼다이(紅二代·혁명 1세대의 자제그룹)를 정리한 것은 이들에 대해 더 이상 신뢰를 두지 않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훙얼다이에는 장 부주석도 포함된다.
"군사비 지출 늘면서 부패도 늘었을 것"
"정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 주석의 말이 보여주듯이 중국군은 중국 정치 체제에서 막강한 지위를 차지했고, 그만큼 부패와 비리에도 많이 노출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군인사 숙청과 관련해 "중국의 군사비 지출이 수년간 급증하면서 부패의 가능성 또한 증가해 왔다"며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종종 부패를 묵인해 왔으며, 일부 지도자들은 부패 혐의를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덩샤오핑 시절에는 개혁·개방 추진 과정에서 군의 충성을 확보하고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치적 회유책으로 특권과 특혜를 묵인했었다. 이런 점에서 시 주석은 "군 전체 구조를 혁신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크리스토퍼 존슨 중국전략그룹 대표는 "시진핑 주석이 군 내부의 문제가 너무 뿌리 깊어 최고 사령부가 스스로를 바로잡을 수는 없어 유일한 선택지는 차세대 장교들에게 의존하는 것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부패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현 세대를 철저히 숙청하기로 분명히 결정했다"고 했다. 군사위를 누구로 다시 채우느냐는 군 개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만 공격' 반기들었나…가능성 낮아진 군사행동
연합뉴스그렇다고 일련의 모든 과정을 부패척결로만 볼 수도 없다. 중국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장유샤 부주석와 류전리 군사위원에 대해 부패 문제(기율위반) 뿐아니라 '군사위 주석 책임제 훼손'도 언급했다. 정치 파벌 형성이나 시 주석 노선에 대한 반기 등 정치문제가 원인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일부 서구 언론들은 시주석과 장 부주석 간의 암투설을 보도하면서 대만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시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이 가능한 수준으로 군사력을 키우라고 지시했지만 장 부주석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장 부주석이 "중국군의 여러 문제점, 곧 군 지도부의 취약성, 전시 군민 협력 문제, 대규모 합동작전 수행능력 부족 등으로 인해 대만을 침공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고도 했다. 출처는 미국 공군의 '중국항공우주연구원(CASI)'였는데 사실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시 주석의 대대적인 군인사 숙청으로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상원 외교위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인 피트 리켓츠 공화당 의원은 "시진핑 주석이 대만 공격 계획을 서두를 가능성은 낮다"면서 "군사 행동 결정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라 최근 군 최고지도부를 교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부주석과 류 위원은 몇 안되는 실전경험이 있는 장성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