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종합시장 액세서리 상가에서 볼펜 꾸미기를 하고 있는 모습. 김민서 인턴기자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대문종합시장 5층 액세서리 상가 통로에는 오픈 직후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양쪽 매대 앞에 손님들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서면서 통로 중앙에는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공간만 남았다.
통로를 지나던 이들 사이로 "잠시만 지나갈게요"라는 말이 오갔고, '시큐리티'라고 적힌 검은 조끼를 입은 안전요원까지 배치돼 "앞쪽으로 천천히 이동 부탁드리겠습니다"라며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볼꾸(볼펜 꾸미기)' 열풍의 현장이다. 기본 볼펜 몸통에 다양한 파츠를 조합해 자신만의 볼펜을 만드는 방식으로, 동대문 액세서리 상가 일대에 손님들이 몰리고 있다.
동대문종합시장 5층 액세서리 상가. 김민서 인턴기자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한 김모(32)씨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알게 됐다"라며 "재고가 많을 것 같아 일부러 일찍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끼워보며 고르니 생각보다 재미있다"라고 덧붙였다.
매대 앞 사람들은 작은 바구니를 들고, 볼펜대에 여러 파츠를 끼웠다 뺐다 하며 자신만의 조합을 찾는 데 몰두했다. 파츠 구성과 위치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다 보니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한참을 매대 앞에 머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완성까지의 모든 선택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과정이지만, 결과가 곧바로 눈에 보이는 데다 실패 부담이 크지 않아 체험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가격 부담도 크지 않다. 매장에서는 볼펜 몸통을 500원에서 2천원 선, 파츠를 100원에서 1천원 선에 판매하고 있다. 볼펜 하나에 3~4개의 파츠를 조합해도 3천원에서 4천원이면 완성할 수 있다. 비용이 적다 보니 다른 콘셉트로 다시 만들어보거나 여러 자루를 함께 완성하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김민서 인턴기자
현장에서 직접 '볼꾸'를 체험해 봤다. 처음에는 한 자루만 만들 계획이었지만, 부담 없는 가격과 다양한 파츠에 이끌려 어느새 세 자루의 볼펜을 완성했다. 총비용은 7400원(개당 약 2470원)이었다. 파츠 배치를 바꿀 때마다 분위기가 달라져, 마음에 드는 조합을 결정하는 데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볼펜을 완성하자, 완제품과는 또 다른 애착이 느껴졌다.
SNS에서는 완성한 볼펜 사진과 함께 후기글이 잇따르고 있다. "내 마음대로 조합할 수 있어 좋다", "커스텀하는 재미가 있다"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이미 완성된 제품을 고르는 소비와 달리,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호응을 얻고 있다.
상인들은 이번 유행이 '단기간에 급격히' 찾아왔다고 말한다. 한 매장 사장은 "1년 전만 해도 볼펜 꾸미기는 크게 반응이 없어 주력 상품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SNS에서 영상이 퍼진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또 상인들은 볼펜 꾸미기 말고도 다른 꾸미기 문화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장 사장들은 "요즘은 볼펜뿐 아니라 키보드 키캡이나 아이돌 굿즈, 휴대폰 케이스처럼 꾸미는 대상이 다양해지면서 동대문을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대문 종합시장 액세서리 상가 일대에서는 키보드 키캡을 고르고 꾸미는 손님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일상적인 물건을 중심으로 한 '○○꾸미기', 이른바 '○꾸' 문화는, 자신만의 취향을 담아 커스터마이징하는 과정을 즐기는 방식으로 확산되며,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