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2·3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보수·진보를 넘나들며 '대통령 빼고는 다 해본'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 가담 말로에는 '몰락'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1일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내란 특검팀이 구형한 징역 15년보다 8년이 많은 형이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며, 한 전 총리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노무현 정부 경제부총리 시절의 한덕수 전 총리1970년 제8회 행정고시로 공직 사회에 입문한 한 전 총리에게는 '처세의 달인', '관운 전설'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공직에 몸담은 55년간 총리를 두 번 지내고,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고위직에 중용되는 등 엘리트 관료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는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과 통상산업부 차관을, 김대중 정부에서는 새로 출범한 외교통상부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을지냈다.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경제수석을 역임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땐 국무조정실장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38대 국무총리까지 역임했다. 정권이 바뀐 뒤에도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대사로 3년 근무했다.
대사 퇴임 후 공직을 떠났던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로 발탁됐다. 한 전 총리는 3년 가까이 재임하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도 세웠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024년 12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무색무취' 처세술로 승승장구하던 한 전 총리는 '12·3 내란'과 함께 몰락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내란에 관여한 것에 대해 "12·3 내란이 성공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그 일원으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봤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닷새 후 윤 전 대통령의 '질서있는 조기 퇴진'을 추진하겠다며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정부 구상'을 발표했다.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탄핵을 통한 대통령 직무 정지 없이 여당 대표와 내란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리가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위헌·위법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탄핵 국면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지만,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당사자가 됐다.
지난해 5월엔 대선에도 뛰어들었다. 내란 수사 등의 회피 목적이라는 비판도 나왔으나 당시 보수진영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장관를 '패싱'하기 위한 한밤중 후보교체 파동이 벌이기도 했다.
돈가스 가게에서 포착된 한 전 총리 부부. 최항 작가 페이스북 캡처승승장구, 종횡무진, 총리 리턴 등 50년의 공직 생활 끝은 말 그대로 '나락'이었다.
한 전 총리의 행적이 목격돼 알려진 것은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다음날인 14일 서울의 한 돈가스 집에서 부인과 함께 있는 모습이었다. 온라인에서는 이를 빗댄 조롱도 나온다.
그는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겸허히 따르도록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