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주요 사립대학들이 잇따라 등록금 인상 절차에 착수하면서 대학과 학생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강대와 국민대가 올해 학부 등록금을 인상한 데 이어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학들도 등록금 인상 방침을 정했다.
서강대와 국민대는 1차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학생들에게 법정 한도인 3.19% 인상을 제안했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2차 등심위에서 각각 2.5%, 2.8% 인상을 결정했다.
서강대는 지난 6일 열린 2차 등심위에서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2.5%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학교 측은 "등록금 인상 폭이 지나치게 낮으면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학교 발전이 어렵다"며 마지노선으로 2.5%를 제시했고, 학생 측은 "인상분은 온전히 학생들의 교육 환경과 복지 개선에 사용돼야 한다"는 조건으로 이를 수용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한국외대는 3.19%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등은 최근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학생 측에 전달했다.
대학들은 고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직전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2배(지난해까지는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대학들이 올릴 수 있는 최대 인상률은 3.19%로, 지난해(5.49%)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학생들은 지난해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수혜를 체감하지 못했다며, 올해 등록금 인상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지난 13일 "지난해 학생위원 전원이 반대했지만 학교는 등록금 5% 인상을 강행했고, 인상분을 학생을 위해 전액 지출하겠다는 약속마저 대부분 이행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올해 인상을 추진할 정당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지난 15일 입장문에서 "학생들은 지난해 등록금 인상분이 교육 여건 개선 등에 충분히 사용되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는데, 올해 등록금을 다시 인상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학생은 학교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본부는 정부 지원금 확보와 법인 책임 강화를 통해 자구책을 모색하고, 학생 등록금으로 재정을 충당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최근 학생 단체와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대학 등록금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전국대학 학생회 네트워크'에 이어 지난 13일 '전국총학생회협의회' 임원진과의 간담회에서 "등록금 규제 합리화 이후에도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1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등록금 동결을 압박하는 규제로 작용했던 국가장학금 2유형을 내년부터 폐지해 사립대 등록금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등록금 법정 상한 제도는 유지된다.
교육부는 지난 2012년부터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만 국가장학금 2유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재정지원을 통해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 왔다. 국가장학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학생에게 직접 지급하는 1유형과, 대학에 재정지원금을 배분해 해당 재원으로 학생의 등록금을 지원하는 2유형으로 나뉜다.
지난해 4년제 일반대학과 교육대학 193곳 가운데 70.5%(136곳)는 국가장학금 2유형 수혜를 포기하고 등록금을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