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하우스 제공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넘어, 이제 국가 간 경쟁의 핵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광물'로 이동하고 있다.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를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패권 전쟁의 무대가 된 가운데, 핵심광물 공급망의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 책이 출간됐다.
'핵심광물 공급망 전쟁'은 핵심광물을 단순한 원자재가 아닌,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안보, 외교 전략이 교차하는 '무기'로 규정한다. 과거의 전쟁이 영토와 석유를 둘러싼 싸움이었다면 21세기의 전쟁은 리튬과 희토류, 배터리와 반도체의 뿌리가 되는 광물을 차지하기 위한 '총성 없는 공급망 전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이자 미국 애리조나 광산 현장을 직접 누빈 엔지니어인 저자가 전기차와 이차전지, 반도체와 AI, 재생에너지와 국방 산업에 이르기까지 첨단기술의 기반이 되는 핵심광물이 왜 전략 자원이 되었는지, 그리고 이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어떻게 국제 질서를 재편하고 있는지를 현장 경험과 정책 분석을 바탕으로 풀어낸다.
책은 중국이 채굴보다 더 중요한 정·제련과 가공 단계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마스터키'를 쥐게 된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흑연과 희토류,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사례를 통해, 자원의 무기화가 더 이상 가설이 아닌 현실임을 보여준다. 이에 맞서 미국과 EU, NATO가 핵심광물을 경제안보의 핵심 의제로 격상시키는 흐름도 함께 짚는다.
또한 그린란드와 우크라이나, 남미 안데스 지역 등 지정학적 요충지가 왜 광물 전쟁의 중심에 놓이게 됐는지를 설명하며, 기후 변화와 물 부족, ESG 규제가 공급망에 어떤 새로운 위험을 더하고 있는지도 분석한다. 여기에 폐배터리 재자원화, '도시 광산', AI 기반 광물 탐사, 리튬 직접 추출(DLE) 기술 등 위기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해법과 기술 혁신도 함께 다룬다.
특히 자원 빈국인 한국이 처한 현실에 대한 분석이 눈에 띈다. 저자는 공급망 충격이 반복되는 구조적 이유를 짚으며, 단기 수급 대응을 넘어 공동 탐사와 기술 협력, 인력 양성까지 아우르는 '자원 안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광물을 사 오는 나라가 아니라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술 강국으로서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박준혁 지음 | 시크릿하우스 | 3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