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0일 서울 동작구의회 '한가족 장애인 예술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가장 왼쪽에 있는 여성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아내 이모씨. 동작구의회 홈페이지 캡처경찰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내사 단계에서 종결한 것이 부실 수사였다는 의혹에 무게를 더하는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경찰이 불입건 결정의 근거로 들었던 특정 행사에 김씨의 배우자 이모씨가 참석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경찰은 해당 법인카드가 사용될 때마다 인근에서 구의회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카드의 주인인 조진희 전 동작구의회 부의장이나 다른 구의원들이 사용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는데, 정작 해당 행사에 이씨도 참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경찰은 2024년 8월 이씨를 입건조차 하지 않고 사건을 끝냈다.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동작경찰서는 2024년 4월부터 이씨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횡령 혐의를 내사했다. 이씨가 2022년 7~11월 조 전 부의장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게 당시 혐의의 골자였다. 그리고 경찰은 2024년 8월 27일 이씨를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해 버렸다.
당시 경찰의 불입건이유서를 보면, 경찰은 사적 유용이 의심되는 카드 사용 내역과 동작구의회 공식 행사나 일정을 하나하나 대조하면서 해당 카드가 공적 업무 목적으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가령 2022년 9월 20일 카드를 결제한 A식당 주변에서 동작구의회 '한가족 장애인 예술제' 행사가 열렸고, B식당에서 카드를 쓴 2022년 11월 24~25일에는 근처에서 구의회가 동주민센터 행정 사무감사를 진행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동작구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그해 '한가족 장애인 예술제' 사진 등을 보면, 당시 김 의원 아내 이씨가 직접 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확인된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 당사자가 카드 사용일 식당 근처에 있었다는 분명한 정황 증거로 해석된다.
하지만 경찰은 불입건이유서에 "22. 9. 20에 동작구 소재에서 법인카드가 사용되었으나 그날 식당 부근에서 '한가족 장애인 예술제' 행사가 진행된 점, 법인카드는 부의장 외에 다른 의원들도 의정활동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조례"라고 적었다. 이씨의 횡령 혐의를 뒷받침할 정황을 되레 무혐의 근거로 삼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아내 이모씨가 2022년 9월 20일 서울 동작구의회 '한가족 장애인 예술제'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병기 의원 페이스북 캡처반면 카드 소유권자인 조 전 부의장의 모습은 해당 행사 사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복수의 동작구의회 의원들이 행사에 참석한 흔적은 있다.
김 의원에 대한 경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은 CBS노컷뉴스 보도([단독]경찰, '김병기, 국힘 의원에 사건 청탁' 정황 진술 확보)로 처음 제기된 이후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양새다. 김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 경찰 출신 A의원을 직접 찾아가 수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의혹, 김 의원이 자신의 전직 보좌관을 통해 경찰 내사 관련 서류를 받아 수사를 미리 대비했다는 의혹 그리고 이 과정에 동작경찰서 수사팀이 연루됐을 가능성 등이 연달아 제기됐다.
김 의원이 A의원을 찾아간 이유가 서울경찰청의 보완 지휘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작경찰서가 아내 이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려 하자 서울경찰청이 보완을 지휘했다는 것이다. 결국 김 의원이 당시 친윤 핵심으로 분류되는 A의원에 도움을 요청한 배경이 이런 당시의 수사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공천헌금 △수사무마 청탁 △차남 숭실대 편입 △쿠팡 인사 영향 등 김 의원 관련 여러 의혹 사건을 모두 넘겨받아 통합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일 김 의원의 전직 보좌진 두 사람을 모두 불러 고강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8일 공천헌금 관련 탄원서를 작성한 구의원을 불러 조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