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연합뉴스국내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2026년 새해를 앞두고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한국 경제가 인공지능(AI) 전환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상징되는 '대전환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급변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규제 완화와 제도 혁신이 시급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지난 몇 년간 우리 경제는 저성장 국면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기술 패러다임의 급격한 전환이라는 복합적 도전에 직면해 왔다"며 "최근 경제 전반에 점진적인 회복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제 중요한 과제는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새로운 길을 연다'는 뜻의 사자성어 응변창신(應變創新)을 언급하며 올해 3대 추진 과제로 △규제 완화 △인공지능 전환(AX) 및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지역경제 활성화를 제시했다.
그는 "AI와 GX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규모 투자를 감내할 수 있는 실행력과 속도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과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실질적 해법 마련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는 지역을 제도 혁신의 실험장으로 삼아 미래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구조적 난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 윤창원 기자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같은 날 신년사를 내고 "올해는 한국 경제가 거센 외풍 속에서도 한 걸음씩 버텨온 해였다"며 "이제 막 급한 불을 끈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류 회장은 한국 경제의 대전환을 함축하는 키워드로 '뉴 K-인더스트리 시대'를 제안했다.
그는 "우리를 추격하던 중국의 추월이 현실로 다가왔고, 내수 부진과 산업 양극화라는 구조적 리스크도 여전하다"며 "세계 경제 역시 각자도생의 분절화 단계를 지나 합종연횡의 재구성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낡은 제도는 과감히 버리고 민간의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나아가 'Made in Korea'를 넘어 'Innovated in Korea'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글로벌 경제 질서의 뉴노멀로 자리 잡은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을 약속했다. 특히 내년 무협 창립 80주년을 계기로 무역센터 인프라 개선에도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윤 회장은 "변화무쌍한 대외 무역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무협은 신통상·신산업·신시장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우리 무역업계의 해외 진출을 보다 입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급변하는 통상 정책과 규제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현장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반 수출지원 인프라를 고도화해 기업의 해외 진출 외연 확대를 뒷받침하고, 바이오·에너지·방산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연구와 지원을 강화해 선진시장과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시장으로의 진출 기회를 넓히겠다"고 덧붙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류영주 기자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우리 경제는 올해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난제들이 가로막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위기를 넘어 대전환을 이루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노동 규제 변화를 언급하며 "경직된 노동시장 규제를 해소하고 노사관계 선진화를 시급히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생산성 향상과 인재 확보를 위해 임금체계 역시 연공 중심에서 직무 가치와 성과를 반영하는 공정한 보상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정년 연장 문제 역시 청년 일자리와 충돌하지 않는 상생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관계와 관련해서는 "기업은 노조의 권한에 비해 대응 수단이 부족한 구조로, 이는 노사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노조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의 대항권을 보장해 노사관계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법률의 불명확성과 시행 이후 파장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며 "정부와 국회가 기업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