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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재수사 나선 특검…판례로 보는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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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재수사 나선 특검…판례로 보는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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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압 논란 번졌지만…'일용직 퇴직금' 지급이 쟁점
    일용 계약이지만 상용직처럼 일했으면 퇴직금 지급
    법원 "업무형태·감독여부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
    하루 단위 채용한 쿠팡…"일용직 엄격 관리" 반론도
    퇴직금 지급 여부 판단 따라…'외압 논란' 규명될 듯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 의혹에 대한 재수사가 본격화했다. 안권섭 특별검사팀은 검찰이 불기소로 결론 내린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볼 전망이다.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가운데, 그동안 법원은 실제 근로 시간과 형태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왔다. 특검은 쿠팡에서 일한 근로자들이 일용직이었지만 사실상 상용 근로자처럼 근무했는지 등을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외압 논란에 가려진 본질…'일용직 퇴직금' 청구권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 2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력 공급업체 운영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근로자 6명에게 퇴직금 약 3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근로자들은 직업 소개 업체를 통해 모집된 일용직이었는데, 검찰은 이들의 근로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계속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4주 평균 1주간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한다.

    근로계약을 매번 새로 체결하는 일용직 근로자라고 해서 퇴직금을 아예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반복해서 체결하는 경우라면 계속 근로로 인정될 수 있다. 중간에 공백이 있더라도 계속성이 인정돼 전체 근로기간의 합산이 1년을 넘는다면 퇴직금 청구가 가능하다.

    그런데 법원은 A씨가 모집한 근로자들의 근로기간이 1년을 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최소 1년 8개월에서 최대 3년 11개월 동안 일했는데, 각각 하루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었다는 이유였다. A씨와 이들이 작성한 근로계약서 제목도 '일용직 근로계약서'였던 점, 계약 기간은 '당일'이었던 점, 임금은 '일당'으로 지급된 점 등이 고려됐다.

    특히 법원은 이들의 근무 형태가 상용 근로자와는 차이가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근로자들 중 일부는 A씨와의 계약에 따른 업무를 마친 뒤 남는 시간에는 다른 업체에서 일하기도 했다. 계약을 맺지 않은 날에는 대체자가 모집됐으며, 상용 근로자처럼 근로자들의 결근 사유를 확인하거나 연차 수당 등을 지급하는 일은 없었다.

    또한 상용 근로자와 같이 사직이나 해고 등 절차를 밟지 않고 계약이 종료됐으며, 이들의 업무는 특별한 숙련도나 경험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 노무였던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예외적으로 일용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퇴직금 청구권의 발생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며 "다만 형식상으로만 일용직 근로자로 돼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근로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돼 상용 근로자에 준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 "상용직처럼 일한 일용직만 퇴직금 지급"…쿠팡 사건은?

    안권섭 상설 특별검사팀. 연합뉴스안권섭 상설 특별검사팀. 연합뉴스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 역시 유사한 쟁점을 갖고 있다. 사건 처리에 관여한 엄희준 검사도 안양지원의 판결을 불기소 처분의 근거 중 하나로 들기도 했다.

    엄 검사 측은 쿠팡 근로자 역시 하루 단위로 채용된 점, 근무 다음날 급여가 지급된 점, 근로계약서엔 1일 단위라는 내용이 명시된 점, 결근이나 다른 업체 근무에 대한 쿠팡의 감독과 조치가 없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들이 상용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쿠팡이 일용직 근로자들을 사실상 상용 근로자처럼 관리·감독했다는 반론도 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일용직 근로자의 채용도 엄격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소 의견을 낸 문지석 부장검사는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중이다. 일용직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을 의도를 갖고 퇴직금 산정에 관한 근로시간 규정을 불리하게 바꿨다는 것이다.

    안양지원 사건에서도 근로자들은 '사용자의 의도'를 문제 삼았다. 전체 근로기간이 1년을 넘기 직전 근로자들이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근로자들은 사용자의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사용자의 의도는 간접적인 사정 중 하나일 뿐, 근로계약서 내용 및 실제 업무 형태와 회사의 운영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퇴직금 미지급 사건은 관봉권·쿠팡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인 '외압 논란'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쿠팡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기존 법리와 판례에 맞는 결정이었다면 외압이 있었다는 문 부장검사 측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검찰이 쿠팡 근로자들의 실제 업무 형태 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면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지난 23일부터 쿠팡 본사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 사무실, 엄성환 전 쿠팡CFS 대표이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전날엔 사건 처리에 관여한 엄 검사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 사건도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아 검토 중이다.

    특검은 쿠팡 일용직 근로자들의 업무 형태 등을 보여주는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는 한편, 검찰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어떠한 자료와 법리를 검토했는지 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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