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가 미국의 대표 캐릭터 '스누피'를 탄생시킨 만화 시리즈 '피너츠'의 지식재산권(IP) 지분을 대거 확보하며 글로벌 캐릭터 사업을 한층 강화한다.
소니 그룹은 지난 19일 콘텐츠 자회사인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와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가 캐나다 콘텐츠 기업 와일드브레인이 보유한 피너츠 홀딩스 지분 41%를 6억3000만 캐나다달러(약 677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소니는 기존 보유 지분 39%를 더해 총 8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며, 피너츠 홀딩스는 소니의 자회사가 된다. 원작자인 찰스 슐츠의 유가족이 보유한 20% 지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피너츠는 1950년 미국 신문 네컷만화로 출발해 전 세계 75개국에 소개된 장수 콘텐츠다. 주인공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은 캐릭터 상품,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확장되며 글로벌 IP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스누피가 '국민 캐릭터'로 불릴 만큼 두터운 팬층을 형성해 왔다.
소니의 이번 결정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IP 중심 콘텐츠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소니는 2018년 피너츠 홀딩스 지분 39%를 처음 인수하며 라이선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뒤, 브랜드 확장과 글로벌 사업을 함께 추진해 왔다.
무라마츠 슌스케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CEO는 "소니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콘텐츠 제작 역량을 활용해 피너츠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키우겠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점은 소니가 최근 영화·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유연한 판권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화제를 모은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했지만, 판권은 넷플릭스에 매각했다. 반면 스누피처럼 장기적으로 확장 가능한 캐릭터 IP는 직접 소유 비중을 높이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소니는 이미 '스파이더맨', '고스트버스터즈' 등 할리우드 IP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내에서는 애니플렉스를 통해 '귀멸의 칼날' 시리즈를 흥행시켰다. 여기에 반다이남코홀딩스, 가도카와 등 일본 콘텐츠 기업 지분 투자와 애니메이션 플랫폼 크런치롤 인수까지 더해지며, 음악·영화·애니·게임·캐릭터를 아우르는 IP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전자·하드웨어 중심 기업에서 출발한 소니는 2010년대 이후 콘텐츠와 IP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 체질 전환을 추진해 왔다. 이번 피너츠 지분 확대는 단발성 흥행보다 세대를 넘어 소비되는 캐릭터 자산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케데헌'처럼 판권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방식과, 스누피처럼 IP 자체를 흡수하는 방식이 병행되는 가운데, 소니의 글로벌 콘텐츠 행보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