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19일 무안국제공항 관리동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설명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한영 기자| ▶ 글 싣는 순서 |
①179개의 이름이 머무는 곳, 무안공항의 시간은 아직 그날에 ②1년이 지났지만 끝나지 않았다…조사기관과 유가족, 엇갈린 12·29 참사 (계속) |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1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사고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조사기관의 발표와 유가족들의 문제 제기 사이에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남아 있다.
"독립성·전문성 결여"… 유가족들의 문제 제기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15일 낮 광주 전일빌딩245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참사 1년이 다가오도록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국토교통부가 과실 가능성이 있는 참사를 직접 수습하는 구조 속에서 사고가 '잘 수습된 참사'로 포장되고 있다"며 "사고 원인을 밝힐 핵심 자료인 블랙박스조차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희문 유가족협의회 이사는 조사 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 이사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직접 조사한 사안은 많지 않고, 상당 부분을 연구용역에 맡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위원회를 실질적으로 독립시키고 전문성을 강화해 조사 방향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참사 300일이 되던 지난 11월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로 영정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유가족협의회는 진상 규명 과정에서 유가족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도 요구했다. 법률지원단 김성진 변호사 역시 "조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모두 부족하다"며 "조사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는 미뤄지고, 불신은 쌓였다"
이런 가운데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12·29 여객기 참사' 중간 조사 결과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고조사위는 당초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공청회를 열어 조사 진행 상황을 중간 점검할 계획이었지만, 유가족과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위원회'의 연기 요청과 현장 안전 우려 등을 이유로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조사위원회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사위원회는 지난 7월에도 '사고기 엔진에는 결함이 없었고, 사고 당시 엔진이 꺼져 있었다'는 중간 조사 결론을 발표하려다 유가족 반발로 언론 브리핑을 취소한 바 있다.
당시 조사위원회는 유가족들에게 "조류 충돌로 더 큰 손상을 입은 엔진이 아닌, 반대편 엔진을 조종사가 껐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유가족 측은 "구체적인 수치나 객관적 근거 없이 결론만 제시됐다"며 "조사 결과를 취사선택해 설명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뒤늦은 경찰 수사… "전문성 한계 있었다"
경찰 수사도 뒤늦게 본격화되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지난 16일 세종시와 김포시에 있는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제주항공 참사 원인 규명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 알려졌다.
다만 압수수색이 늦어진 배경에 대해 경찰은 항공 사고에 대한 전문성 한계를 이유로 들었다. 압수수색을 조기에 진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더라도, 경찰 내부에 항공기 사고 분석에 필요한 전문 인력이 부족해 결국 감정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12.29 제주항공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전남경찰청이 16일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세종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연합뉴스현재 경찰은 관제와 조류 충돌 예방 업무를 담당한 공항공사 직원, 방위각 시설 공사 업체 관계자, 안전 검사와 허가 업무를 맡은 전·현직 국토교통부 관계자 등 모두 44명을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발생 1년이 다가오도록 기소된 인원은 아직 한 명도 없다.
조사 주체를 둘러싼 논란, 반복되는 브리핑 무산, 뒤늦은 경찰 수사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사고 원인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조사 결과 역시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참사 1주기를 앞둔 지금 유가족들이 제기한 질문은 여전히 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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