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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하늘, 흔들린 지역' 무안공항 셧다운 1년이 남긴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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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멈춘 하늘, 흔들린 지역' 무안공항 셧다운 1년이 남긴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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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참사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광주CBS 노컷뉴스는 참사 1년을 맞아, 운항이 멈춘 채 텅 비어 있는 무안공항의 현재를 기록하고 정부·항공사·조사기관의 발표와 유가족들의 문제 제기 사이에 놓인 간극을 다시 들여다봤다. 지난 1년 동안 이어진 유가족들의 치료와 보상 절차,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일상,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감당해야 했던 심리적·사회적 부담도 함께 추적했다. 비행기 운항 중단이 지역 관광·여행업계에 남긴 충격과, 무안공항 올스톱이 지역경제 전반에 미친 후폭풍 역시 짚었다.

    광주CBS는 이번 4부작 기획을 통해 참사가 남긴 질문과, 멈춘 활주로 주변에서 여전히 멈추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 온 사람들의 지난 1년을 기록한다. 22일은 마지막 순서로, 막혀버린 호남 하늘길이 지역 산업과 일상에 남긴 상흔을 집중 조명한다.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기획④] 비행기가 멈추자 산업이 멈췄다
    무안공항 셧다운 1년… 열리지 않는 하늘길
    인천·김해·청주로 흩어진 발길, 지역경제 피해 1천억 원대 추산
    국비 6억 원 반영에도 "정부, 호남권 하늘길 로드맵 제시해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2024년 12월 29일 주민들이 사고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2024년 12월 29일 주민들이 사고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179개의 이름이 머무는 곳, 무안공항의 시간은 아직 그날에
    ②1년이 지났지만 끝나지 않았다…조사기관과 유가족, 엇갈린 12·29 참사
    ③끝나지 않은 진상규명, 그 뒤편의 치유 공백…유가족의 365일
    ④'멈춘 하늘, 흔들린 지역' 무안공항 셧다운 1년이 남긴 '공백'
    (계속)

    무안국제공항이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참사 이후 1년이 다 되고 있으나 아직 운항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 공항 재개 시점은 한 차례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그 사이 광주·전남 주민의 이동 경로는 인천·김해·청주 등 다른 지역 공항으로 분산됐고, 지역 여행·관광업계는 회복 기미를 찾지 못한 채 장기 침체에 놓였다.

    무안공항 셧다운은 단순한 공항 운영 중단에 그치지 않았다. 지역 항공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관광·교통·소비로 이어지던 산업 흐름 전반이 위축됐다.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는 양상이다.

    무안공항이 멈춘 뒤 광주·전남 주민은 인천·김해·청주·대구 등 장거리 공항을 이용해야 했다. 왕복 이동 시간만 최대 8시간에 이른다. 항공권 가격보다 육상 이동 비용 부담이 더 크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고령층이나 가족 단위 이용객 가운데서는 해외여행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관광업계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광주관광협회와 지자체 자료 등을 종합하면, 무안공항 폐쇄 이후 이탈한 관광객 규모는 약 8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최소 1천억 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다만 피해 규모는 국토교통부가 진행 중인 용역 결과가 나와야 정확히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여행사들은 예약 취소가 이어지면서 인력 감축과 사업 축소로 버티고 있다. 피해는 특히 항공편을 전제로 한 해외여행 상품을 취급해 온 여행사들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관광업계 내부에서는 피해 규모를 단일 수치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시각도 나온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는 파란 리본과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문구가 젹힌 천이 달려있다. 한아름 기자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는 파란 리본과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문구가 젹힌 천이 달려있다. 한아름 기자
    지역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1천억 원 피해라는 수치는 체감에 근거한 추정치에 가깝다"며 "무안공항 셧다운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인천이나 김해로 빠져나가면서, 이동 비용까지 상품가에 반영돼 전반적인 매출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의 어려움은 구조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는 등록 구조상 쉽게 폐업하기보다는 인력을 줄이거나 사업을 축소하며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공항 접근성 악화로 모객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무안공항 재개 전망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관광업계에서는 "설령 무안공항이 재개되더라도 정기 국제선이 없는 구조에서는 전세기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제한적"이라며 "과거 무안공항이 비교적 활성화됐던 시기 역시 전세기 중심이었다"고 지적한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뒤늦게 가동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여객기 참사 피해 지역 경제 활성화 지원 방안'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다. 관광업계를 포함한 지역 피해 규모와 지원 대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용역 결과는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2026년도 정부 본예산에는 관광상품 지원을 위한 신규 국비 6억 원이 반영됐다. 광주와 전남에 각각 3억 원씩 배정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천억 원대 피해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지원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들이 머무는 장소. 10여 명 가량의 유가족들은 밤이면 각자 텐트 안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함께 음식을 해먹으며 공항을 지키고 있다. 한아름 기자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들이 머무는 장소. 10여 명 가량의 유가족들은 밤이면 각자 텐트 안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함께 음식을 해먹으며 공항을 지키고 있다. 한아름 기자
    무안공항 운영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광주공항 임시 국제선 재추진 논의도 다시 불붙고 있다. 광주시는 올해 초 한 차례 불허됐던 임시 국제선 취항을 오는 11월 10일 국토교통부에 재신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무안공항 재개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 관광 수요 이탈을 막기 위한 대응이다. 지역 정치권과 관광업계도 국제선 재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안전성과 시설 기준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유가족 일각에서도 사고 원인 규명과 안전 확보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공항 임시 국제선 추진은 지역의 절박함과 안전 논쟁이 맞부딪히는 사안으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광주·무안 통합공항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 광주시·전남도·무안군과 기획재정부·국방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군 공항 이전 태스크포스 회의가 속도를 내면서, 통합공항 추진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호남지방항공청 신설은 물론 무안공항의 호남고속철도 2단계 개통과 연계한 장기 항공 체계 논의도 함께 거론된다.

    지역에서는 정부가 보다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안공항 재개 여부와 시기, 광주공항 임시 국제선 활용 가능성, 통합공항 추진 일정 등을 포괄하는 호남권 하늘길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단기 지원을 넘어 항공 접근성을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 이후 1년 동안 하늘길은 열리지 않았다. 관광과 이동을 떠받치던 공항이 멈추자 지역 산업의 흐름도 함께 느려졌다. 재개 시점을 누구도 확답하지 못하는 지금, 광주·전남은 여전히 '멈춘 비행'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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