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제주보훈청이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에 있는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됐던 감옥 형태 조형물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진행했다. 행정대집행이 끝난 후 조형물이 철거된 모습. 연합뉴스제주4.3 당시 대규모 학살에 앞장섰던 고(故)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지역사회에서 격한 반발이 일고 있다.
4.3단체와 정당, 국회의원들은 10일 각각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보훈부는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선정을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10월 국가보훈부는 무공수훈을 근거로 박 대령 유족이 낸 국가유공자 신청을 승인했다. 지난달 4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권오을 보훈부 장관 직인이 찍힌 국가유공자증이 유족에 전달됐다.
그러나 박진경 대령은 4.3 무장대 토벌 과정에서 광범위한 민간인 학살 작전을 지휘한 인물로 지적돼 왔다. 그는 양민 학살 작전에 반발한 문상길 중위가 지휘한 암살 계획에 따라 손선호 하사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무공수훈자라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것은 수많은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을 부정하는 것이다. 가해 책임이 있는 인물을 국가유공자로 추앙하는 것은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다시 한번 짓밟는 행위"라며 "지금이라도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인정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 고상현 기자조국혁신당 제주도당도 보도자료를 통해 "박진경은 취임 직후 '제주도민 30만을 희생해도 무방하다'는 발언을 남겼고 이후 무차별 총살·방화·고문 등으로 인구의 10분의 1이 사망·실종되는 비극이 발생했다"며 국가유공자 취소를 요구했다.
진보당 제주도당도 성명을 내고 "제주도민에게 4.3은 여전한 아픔이다. 국가 배상이 이루어진다고 아픔이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정한 해원은 4.3의 올바른 진상규명과 다시는 4.3왜곡이 이루이지지 않는 것이다. 이재명정부는 그 해원의 길에 재를 뿌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제주도민 30만을 모두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는 발언을 했던 인물에게 애국정신의 귀감이라는 표현이 담긴 증서가 수여된 것은 4.3 희생자와 유족들 그리고 제주도민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한편 제주도는 현재 박진경 대령 등 4.3 학살 책임자들을 기리는 추모비가 도내 곳곳에 남아 있어 반발이 이어지자 해당 인물들의 책임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안내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