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SR 제공 지방 근무 시절 한동안 서울~대구를 오가는 KTX를 자주 이용했던 적이 있다. 이 구간을 1달에 2~4차례 왕복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승차권 구하는 일이었다. 지난해의 일이다.
쾌적한 승차감과 반나절 생활권의(짧은 탑승시간) 이점 때문에 KTX로 승객이 몰리는데다 동대구역이 부산과 경남 등 남부지방으로 가는 환승센터로 자리잡아 대합실은 늘 북적거린다.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유동인구와 출퇴근 수요가 겹쳐 토,일요일의 KTX표는 항상 매진이었다. 1,2주일 말미를 두고 원하는 시간대 주말표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적어도 3,4주는 앞서 기차표를 예매해둬야 예정된 날짜에 여행을 할 수 있다. 이 마저도 연휴가 겹치면 '매진', 오전 오후 특정시간대 역시 '매진'이다.
혹시나 반환되는 표를 구하기 위해 코레일앱을 아무리 '새로고침' 해도 헛일이다. 간혹 예약대기가 뜨면 예약을 해뒀다가 추후 SNS로 예약내용이 통지되면 겨우 제 때 표를 구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입석+좌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러니 KTX표 예매가 하늘의 별따기란 푸념이 나오는 것이다.
주말 낮시간대의 KTX기차표가 매진됐다. 중간에 예약대기가 보인다. 이재기 기자 고속열차의 총 좌석수는 하루 기준 25만 5천석이다. 이 중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는 20만석, (주)SR이 운영하는 SRT는 5.5만석으로 1/4에 불과해 좌석난이 KTX 대비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좌석부족은 열차수 부족과 선로용량의 한계 2가지 때문에 빚어진다. 평택과 오송구간의 선로 확충은 2028년은 돼야 된다. 그래서 두 공기업은 우선 고속열차 14편성(SR)과 17편성(KTX)을 발주해뒀다. 2026년 말부터 납품이 시작되면 좌석부족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한다.
병목구간의 선로확충 이전이라도 열차 2편성을 연결운행(중련)하는 방법으로 몰리는 수요에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불쑥 나온 것이 경쟁체제인 고속철의 통합논의다. 논의라기 보다는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이니 통합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통합이 가야하는 길이라면 이후에 무엇이 달라지는가가 주된 관심사다. 이용편의가 증진될 것인가 말이다.
코레일 김천구미역 승강장에서 본 철로 모습. 이재기 기자 코레일 노조 등에 따르면, 철도 통합운영으로 하루 1만6천개 좌석이 늘어나고 운임은 10%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하루에 얼마 정도의 좌석이 부족한 지에 대한 검증된 데이터가 없다.
요금 10%인하 얘기가 나온 것도 의아하다. 코레일은 올해초 KTX운임 17%, ITX-새마을 10% 인상을 검토중이라고 밝히며 "14년째 동결된 철도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었다. 이와도 정면 배치되는 주장아닌가?
덩치가 작은 SR이 흡수되면 여력이라도 생기는 걸까? SR의 총매출액은 7천억원(년)이고 이 가운데 3500억원은 정부에 납부하고 2천억원은 차량정비 유지비 등 명목으로 코레일에 내야 한다. 이걸 제하고 나면 1500억원 정도가 코레일로 흘러들어가는데 연간 코레일 적자 4천억원을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통합을 한다고 해도 수익 측면에서 획기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연합뉴스코레일과 달리 소폭이라도 흑자를 내온 SR이 통합되고 경쟁체제가 독점체제로 회귀한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외환위기 당시 IMF의 공기업 민영화 권고에서 시작된 철도경쟁체제는 어느 정도 자리잡힌 경쟁체제, 일부나마 흑자경영의 실현, 차량정비의 효율성을 이루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차량정비를 직접하는 코레일과 달리 SR은 정비를 제작사에 맡긴다. 이 또한 경쟁시스템에 의한 변화이다.
해외에는 독일이나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경쟁체제를 도입한 곳이 더러 있고 사업부문을 나눠 운영하는 국가들도 있다. 철도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서다. 양 철도를 통합했을 때 소비자에게 유익이 돌아갈 지, 코레일 중심체제가 강화될 지 면밀히 따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