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르포]"연탄 값 오르고, 기부는 줄고"…소외계층 겨울나기 '비상'

  • 0
  • 0
  • 폰트사이즈

강원

    [르포]"연탄 값 오르고, 기부는 줄고"…소외계층 겨울나기 '비상'

    • 0
    • 폰트사이즈
    핵심요약

    연탄 실은 봉사자들 소외계층에 배달 봉사 "힘 보탤 수 있어 감사"
    경기 불황에 연탄 값 장당 '900원→50원' 소외계층 관심 절실
    정해창 춘천연탄은행 대표 "경기 어려워 기부 줄어든 탓, 지역사회 관심 부탁"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근화동의 한 가정으로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자들의 모습. 구본호 기자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근화동의 한 가정으로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자들의 모습. 구본호 기자
    "연탄 값은 올랐는데 기부는 줄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0일 오전 9시 30분쯤 강원 춘천시 근화동의 한 연탄 배달 봉사 현장. -5도의 추위 속 두툼한 점퍼를 껴입은 봉사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투명 우의와 목장갑으로 무장한 이들은 바닥에 쌓인 연탄을 지게에 한 장씩 싣고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바람에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누구 하나 불평 없이 묵묵히 연탄을 옮겼다. 텅 비어 있던 공간은 금세 연탄 더미로 채워졌다.

    한 봉사자는 뿌연 입김에 안경에 습기가 가득찼지만 싣고 온 연탄 더미가 쏟아지지 않을까 컴컴한 창고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는 "매년 연탄 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소외계층을 위해 작게라도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근화동의 한 가정으로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자들의 모습. 구본호 기자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근화동의 한 가정으로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자들의 모습. 구본호 기자
    이날 배달된 연탄은 가구당 200장씩 총 8가구, 모두 1600장. 20여 명 남짓한 봉사자들 덕분에 약 한 시간 만에 각 가정에 전달됐다.

    정해창 춘천연탄은행 대표는 봉사자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도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각 기관과 지자체, 기업, 시민단체까지 매일 연탄 봉사에 참여해주고 있지만 지속된 경기 불황에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연탄 기부'를 위한 온정의 손길이 줄어든 탓이다.

    현재 한 장당 900원이었던 연탄 값은 물가 인상과 수요 감소로 인해 연탄 공장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장당 가격이 50원 씩 올랐다. 이날 배달된 연탄도 경북 문경의 연탄 공장에서 3~4시간 가까이 걸려 배송됐다.

    춘천연탄은행의 경우 매년 40만 장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비용 상승 요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면서 연탄 창고도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다.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근화동의 한 가정으로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자들의 모습. 구본호 기자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근화동의 한 가정으로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자들의 모습. 구본호 기자
    더욱이 강원지역 연탄 사용 가구 수는 전국 최상위 수준으로 '에너지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강원도내 연탄사용 가수 수는 1만5841가구로 경북(1만9975가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정해창 대표는 "연탄 값이 오르면 지난해와 같은 기부금이 오더라도 연탄의 양이 줄어들고, 장당 10원 만 올라도 수량이 늘면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어려워 기부하는 사람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위축되는 것 같다"며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근화동 연탄 봉사 현장에 쌓여진 연탄들. 구본호 기자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근화동 연탄 봉사 현장에 쌓여진 연탄들. 구본호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