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방조한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12·3 비상계엄을 방조한 혐의 등으로 내란 특검팀이 청구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특검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라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에 대해 "국무총리의 역할을 다했다면 계엄 선포가 안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란특검 공보를 맡은 박지영 특검보는 28일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로지 형사법적 관점에서 형사법적 기준에서 밝혀진 사실관계에 기반 법적 평가를 한 것"이라며 "법의 엄중함으로 다시는 이런 역사적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12·3 비상계엄은 오로지 국민의 저항과 용기 있는 국회의원 행동으로 저지됐다"며 "유신처럼 권력 가진 자의 비상계엄은 권력 독점과 유지를 위한 것이었고 권력 주변자들 방임이나 협력으로 자신의 이익을 취했다. 이런 역사적 경험이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 선포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비상계엄 막을 수 있는 위치의 고위공직자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데에 국민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전 총리가 국무총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다했다면 비상계엄 선포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적어도 동조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했는데 그런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한 전 총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에 비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피의자의 경력, 연령, 주거와 가족관계, 수사절차에서의 피의자 출석 상황, 진술 태도 등을 종합하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도 설명했다.
'법적 평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 박 특검보는 "이는 죄명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사료가 된다. 죄명이 아닌 사실에 대한 평가의 문제라서 그런 부분은 다시 한번 저희가 심도 있는 논의 거쳐 추후 수사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한 것과 달리 한 전 총리에게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영장 청구서에 사실로써 기재한 행위는 법원이 모두 인정했다는 입장이다. 박 특검보는 "법적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와 관련해 시각을 달리할 수 있단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혐의가 바뀔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 단계에선 선을 그었다.
특검팀은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검은 "향후 진행은 내부 논의 거쳐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며 "수사에는 차질이 없다" 밝혔다.
한편 내란 특검팀은 이날 오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을 재소환했다. 특검팀이 지난 20일 김 사령관의 변호인에 대해 수사 내용 및 군사 기밀 유출을 이유로 조사 참여를 중단시킨 후 첫 조사다. 김 사령관은 평양 무인기 작전 관련 외환·이적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앞서 특검팀은 "김 사령관의 변호인이 조사 참여 과정에서 알게 된 신문 내용과 조사 과정에서 제시된 군사비밀 자료 내용 등을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조사 참여 중단 조치를 했다. 이에 김 사령관 측은 이같은 조치가 '수사권 남용'이라고 반발하며 법원에 그 취소 또는 변경을 구하는 준항고를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