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함께 웃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두고 2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대북 대화와 동맹 강화라는 긍정적 메시지가 강조됐지만, 무역·안보 현안의 긴장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회담을 앞두고 불안한 조짐도 있었지만, 정작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이유로 협상 차질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실제 회담에서는 긴장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약 3시간 앞두고 돌연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런 곳에서 사업을 할 수는 없다"면서 "오늘 백악관에서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만난다"고 언급해 긴장감을 높였다.
매체는 그러나 실제 회담에서는 "긴장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 압수수색 논란과 관련해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태도를 바꿨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의 환심 전략이 통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매력 공세에도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정책에는 변화가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고수했다"고 못박은 점을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정상회담 직전에도 '불길한 메시지'를 남긴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 5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가 캐나다 무역 불균형을 비판하며 "캐나다가 가진 어떤 것도 필요 없다"고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 회담은 원만히 끝났다는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역시 비슷하게 긍정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지적이다.
WP는 또 이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개보수, 다우존스 지수 상승 관련 언급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운 장면을 비롯해 이 대통령의 "트럼프타워를 평양에 짓고 김정은과 골프를 치라"는 농담을 언급하며 회담 분위기가 유쾌했다고 묘사했다.
아울러 두 정상 모두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경험과 사법 리스크를 겪은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이번 만남이 '개인적 친밀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뒤 진행한 포고문 서명식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그(이 대통령)는 매우 좋은 남자(guy)이며 매우 좋은 한국 대표"라고 칭찬했다.
이를 두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 대통령은 리모델링한 오벌오피스와 미국 경제에 대한 그의 관리능력을 칭찬하고 그에게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여는 데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하며 호스트인 트럼프 대통령을 돋보이게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대를) 매우 존중하는 이 대통령의 접근방식은 칭찬과 상징적인 제스처로 트럼프 대통령과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했던 다른 방미 정상들의 탬플릿(방식)을 따르는 것이었다"며 "이러한 접근법은 (미국과의) 중요한 교역 관계와 안보·국방을 중심으로 한 오랜 동맹을 강화하려는 이 대통령의 보다 포괄적인 과제 수행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나라"라고 언급하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이재명 대통령의 회동을 주선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양국 정상이 조선업 협력을 논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했다고 전했다. 또한 회담이 워낙 긍정적 분위기 속에 진행돼 별도의 공동성명은 내지 않았다는 한국 대통령실의 설명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