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연합뉴스제도적 기반이 미비했던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돼 심사에 들어갔고, 정부도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2020년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이후 감염병 위기단계가 하향 조정되면서 종료됐지만, 2023년부터는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해 시범사업이 이어졌다. 당시 대상은 △대면진료 경험자 △의료취약지 거주자 △취약계층 등으로 제한됐다.
2024년 2월 의사 집단행동으로 보건의료 위기 단계가 다시 '심각'으로 격상되자 정부는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했다. 초진·재진 구분이나 종별 제한 없이 비대면 진료가 가능했고, 의료기관별 비율 제한도 적용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분석에 따르면 시범사업 기간(2020년 2월~2025년 2월)에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의료기관은 2만3천여 곳, 이용 환자는 약 492만 명에 달했다.
전체 외래 진료 중 비대면 진료 비중은 0.2~0.3%로 낮지만, 최근에는 월평균 20만 건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플랫폼을 통한 비급여 진료(월 약 5만 건)를 포함하면 월 25만 건 수준이다.
관련 의료법 개정안 4건…대상 등 차이
이처럼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회는 법제화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22대 국회에 발의된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최보윤·우재준 의원안, 더불어민주당 전진숙·권칠승 의원안 등 4건이다.
최보윤·우재준 의원안은 대면 진료 원칙을 두면서도 구체적 대상 범위를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제도화의 초기 틀을 마련하고 산업 육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전진숙 의원안은 섬·벽지나 응급의료취약지 거주자, 18세 미만·65세 이상 환자, 최근 1회 이상 대면 진료 경험자 등을 허용 대상으로 명시했다.
반면 권칠승 의원안은 응급환자, 보호자 동의 없는 14세 미만 아동, 대면 진료 이력이 없는 특정 정신질환자·만성질환자 등 '금지' 대상을 제시했다.
네 법안 모두 기본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마약류 등 오남용 우려 의약품의 비대면 처방은 금지하는 공통점을 갖는다.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19일 이 법안들을 논의했으나, 약 배송과 공적 전자처방전 의무화 등 쟁점이 남아 추가 심사하기로 했다.
업계 "조속한 법제화"…의료계 "안전성 보장 못해"
류영주 기자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조속한 법제화를 촉구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지난 6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회적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병원 쏠림현상이나 심각한 의료사고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에 접수된 환자안전사고 2만6503건 가운데 비대면 진료 관련 사고는 처방 과정의 누락·실수 등 5건에 불과했다.
업계는 △네거티브 규제 기반의 환자 범위 설정 △표준화된 임상 가이드라인 마련 △정부 주도의 공정한 플랫폼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한다. 특히 초진·재진 같은 행정적 구분 대신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환자 안전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안전성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면진료 원칙 및 비대면진료 보조 수단 활용 △재진환자 중심(초진 환자 불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비대면 전담기관 금지 등 4대 원칙을 고수한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비대면진료는 기존의 현장 중심으로 가동된 의료전달체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방식"이라며 "아직까지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하며,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소재 또한 불명확한 허점이 존재하는 등 국민건강과 의료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안전성 문제에 대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비대면 진료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비대면 진료도 대면진료처럼 의사가 하는 것인데, 결국 의사들의 진료 능력을 우려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