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국정 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두 달간의 국정기획위원회 활동이 막을 내리면서 이재명 정부의 5년 국정 운영 청사진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신속한 기획안 검토를 주문했지만 인사 검증 부실 의혹과 정치인 사면 논란, 여당발 악재로 냉랭해진 정국을 반전시켜야 개혁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임무 완수한 국정기획위…123개 국정과제 발표
국정기획위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국가비전과 3대 국정원칙, 123대 국정과제 등을 발표했다. 지난 6월 14일 출범 후 60일 만이다.
국정기획위 보고안은 12∙3 내란 사태 극복을 위한 '정상 국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1호 국정과제로 선정된 개헌에 이어 검찰, 경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 개혁이 전면에 배치됐다.
애당초 기획재정부 등 정부조직 개편안 역시 이번 보고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국정기획위는 이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과제 넘겨받은 대통령실…하필 정국은 '냉랭'
대통령실은 국정기획위의 보고를 토대로 5년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구체화하게 된다. 대통령 직속 국가미래전략위원회, 대통령실 정책실, 국무조정실 등 세 곳이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점검∙관리∙평가∙조정 등의 역할을 각각 수행할 예정이다.
개혁의 공을 넘겨받은 정부는 신속한 이행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부와 여당을 둘러싼 각종 악재들로 냉랭해진 정국 탓에 국정 운영 동력은 다소 주춤해진 상황이다.
일단 주식 차명거래 의혹으로 자진 탈당한 이춘석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민의힘 패싱 논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사면 등으로 여야(與野) 갈등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가장 극에 달히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조국, 윤미향, 최강욱 이런 사람들을 8 ∙15 사면하면서 국민 임명식이라고 포장하는데 과연 이것을 국민통합의 길로 볼 수 있느냐"며 오는 15일 예정된 국민 임명식 불참 의사를 밝혔다.
주춤한 국정 지지도, 반등 계기는?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같은 흐름 속에서 고공 행진을 달리던 이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한 차례 타격을 입었다. 한때 국민의힘을 '더블 스코어' 차이로 따돌린 민주당 지지율 역시 함께 떨어진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6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한 결과 이 대통령의 8월 첫 주 국정 지지도는 56.5%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7월 5주차)보다 6.8%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취임 후 6주 만에 첫 50%대를 기록했다.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는 민주당이 48.4%, 국민의힘이 30.3%를 기록했다.
이에 대통령실이 오는 23일 한일정상회담, 25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어수선한 정국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중단된 정상 외교 복원과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노선을 선명하게 부각해 '정상 국가화'를 향한 정부의 노력을 재차 드러내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국면을 통해 글로벌 이슈에 대한 한일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한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미(對美) 전략에서 한일 정부가 공동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동맹 현대화와 관세협상 세부 내용 조율이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관세 협상 때처럼 안정적인 교섭 능력을 다시 보여줄지도 관건이다.
정상회담 이후 정국 상황에 따라 대통령실이 협치를 재차 강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한미∙한일정상회담 후 이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간 회동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계획이 없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른 민주당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전날 정청래 대표와 박찬대 전 원내대표를 대통령 관저로 초청해 당내 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