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의 국방개혁안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은 바로 '국군방첩사령부 폐지'다. 정부와 여당은 12.3 내란 사태를 주도했던 방첩사에 대해 개혁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는데, 결국 조직 자체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임기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도 주요 내용으로 꼽힌다. 국정기획위가 국정과제로 공식화한 만큼 우리 군의 감시정찰 능력 향상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을 임기내 달성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3대 기능' 방첩정보·안보수사·신원보안 분산…"조직과 함께 인력도 이관"
국정기획위 외교안보분과는 13일 국민보고대회에서 △3축 방어체계 고도화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방첩사 폐지 및 필수 기능 분산 이관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인형 전 사령관의 지시로 12.3 내란 사태를 주도했던 방첩사는 대표적인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그 동안 조직 수술의 필요성이 줄곧 제기돼왔다.
앞서 국방부도 지난 6월 방첩사의 '3대 핵심 기능'으로 꼽히는 방첩정보수집·안보수사·신원보안 가운데 정보 기능만 존치하고 나머지는 타 기관으로 넘기는 방안을 국정기획위에 보고한 바 있다. 이후 국방부가 입장을 바꿔 수사 기능도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정기획위와 갈등을 빚기도 했는데, 결국 방첩사를 '폐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홍현익 외교안보분과장은 "위헌적인 시비, 비상계엄과 같은 군의 정치 개입을 방지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방첩사는 과거 '계엄령 문건 사태'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서 해편(解編)돼 국군기무사령부에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명칭이 변경되고 인력도 대거 감축된 바 있다. 하지만 조직 자체는 존속했고, 핵심 기능도 계속 수행했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개혁안이 훨씬 강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3대 핵심 기능 가운데 방첩정보는 국방정보본부로, 안보수사(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등 위반 혐의)는 국방부 조사본부 등으로 이관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안보수사의 경우 그 특성상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되며 수십년 동안 방첩사가 관련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수사 역량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방첩사라는 하나의 조직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컸다"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능뿐만 아니라 해당 기능을 수행하던 인원들도 타 기관으로 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문성 약화'를 막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민주당 정부 숙원 '전작권 전환'…"감시정찰 능력 확충과 정세 안정 필요"
연합뉴스국정기획위는 역대 민주당 정부가 추진해왔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이재명 정부 임기내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이날 발표했다. 이는 미군 4성 장군이 지휘하는 현 한미연합사령부 대신, 한국군 4성 장군이 지휘하는 미래연합사령부(가칭)가 전시에 한미연합군을 작전통제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한미는 지난 2014년 '조건에 의한 전작권 전환 계획'을 통해 ①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②동맹의 포괄적인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③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 '3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국정기획위는 군 구조 개편 등을 포함한 고강도 국방개혁을 통해 조건 1·2번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우리 군의 능력을 임기내 충족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홍현익 외교안보분과장은 "3축 방어체계를 고도화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독자적 억제력을 확보하겠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작권 전환 이행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 실행하고, 우리 군의 감시정찰과 작전 계획 및 지휘 능력을 향상시켜 대북 억제태세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조건 달성'을 엄격히 강조하고 있는 미국 측의 입장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해 "손쉬운 지름길을 택한다면 (한미연합군의) 준비태세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단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완료했다고 말하기 위해 뭔가를 서두르는 것은 양국 모두에 이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우리 군의 다른 능력은 조건을 달성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지만, 감시정찰 능력은 획기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며 "서두를 생각은 없다. 정답을 쓰지 않았는데 합격시켜달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열심히 공부해서 임기내 답안지에 정답을 써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조건 3번의 '역내 안보환경 달성'은 우리 군의 능력보다는 국제정세 변화에 달린 정치적 평가에 가깝다. 최근 북한이나 대만 문제 등을 놓고 인도-태평양 지역내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 조건을 충족하기는 사실상 무리라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국정기획위는 남북 화해·협력을 기반으로 한 평화체제 구축, 남북기본협정 체결 등을 추진해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켜 조건 3번의 달성까지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