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역대 영부인 중 처음으로 구속되면서 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치소에 수감됐다.
김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40여일간 수사해 온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이 의혹의 정점에 있는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남은 특검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밤 늦게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서울남부구치소에 구금돼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다 전날 밤 늦게 구속이 결정된 김씨는 이곳에서 수감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지난 달 재구속된 김씨의 배우자 윤 전 대통령은 이날 기준 서울구치소에서 35일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김씨에 대한 구속 영장 발부 배경엔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은 전날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김씨가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부각했다. 특검은 서희건설 측이 김씨에게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교부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공개했다. 또 서희건설 측이 제출한 반클리프 목걸이와 김씨 오빠의 인척 집에서 발견한 가품을 동시에 제시하며, 김씨의 거짓말 정황을 지적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김씨는 '모조품을 착용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목걸이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 측은 특검의 반클리프 목걸이 수수 의혹 제기에 "범죄사실에도, 영장청구서에도 기재되지 않은 별개의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 등을 가지고 와서 영장실질심사 단계에 제출하는 건 형사소송법상 당사자주의에 반하고, 피의자의 방어권행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정 부장판사는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정 부장판사가 영장실질심사에서 유일하게 김씨에게 던진 질문도 "목걸이를 받았느냐"였는데, 김씨는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혐의를 무조건 부인하는 김씨에게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김건희 집사' 김예성 씨가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체포된 뒤 광화문 사무실로 압송되고 있다. 영종도=박종민 기자김씨가 구속되면서 16가지가 넘는 의혹을 수사해온 특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김씨의 방어권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반면 특검의 수사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장 특검은 김씨가 모조품을 습득하게 된 경위와 해당 모조품이 김씨 오빠의 인척에게 전달된 과정 등을 살펴볼 전망이다. 증거인멸 등 수사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바꿔치기 의혹에 연루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역시 가능하다. 김씨 주변에서 추가로 김씨에 대한 다른 범죄 혐의를 털어놓게 될 수도 있다.
특검은 전날 김씨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도 베트남에서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체포했다. 특검은 김예성씨가 설립에 관여한 렌터카 벤처 기업 IMS모빌리티(당시 비마이카)에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기업이 184억 원을 투자한 배경을 수사하고 있다. 당시 IMS모빌리티는 순자산(556억원)보다 부채(1414억원)가 압도적으로 많은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였는데, 특검은 대기업들의 거액 투자 결정 배경에 김건희씨가 연관돼 있는지 살피고 있다.
특검이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 등을 종합해보면 현재까지 특검이 김씨의 혐의를 특정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정치브로커' 명태균 공천개입 게이트, 건진법사 금품 수수, 나토 순방 반클리프 목걸이 수수 등 정도다. 구체적으로 김씨가 받는 혐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다.
특검은 이외에도 삼부토건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뇌물 협찬,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양평 공흥지구 개발 인허가 등 의혹에 김씨가 관여했는 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은 남은 의혹의 실체 파악과 김건희씨와의 관련성을 밝혀내기 위해 남은 수사력을 총동원할 전망이다. 아울러 김씨 오빠의 인척 주거지에서 발견된 5천만원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얻게 된 경위도 조사한다. 해당 시계를 대리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김건희씨로부터 구입 자금의 일부만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