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얼마나 받는다고 세금을 떼가나?"
국민연금이 거의 유일한 소득 이다시피한 정년퇴직자의 푸념이다.
월 100만원이 조금 넘는 국민연금 수령액에도 세금 6%가 붙기 때문이다.
노후 생활의 마지막 보루인 국민연금도 피해가지 못하는게 세금이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은 우리 생활에 이렇게 확고하다.
최근 여당이 상장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다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현재 상장 주식을 팔아 이득이 생겨도 세금(양도소득세)이 대체로 부과되지 않는다.
부동산 양도소득을 비롯해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은퇴자들의 연금소득과 퇴직소득은 물론 배당소득, 이자소득 등 대부분의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이 유독 주식 양도 차익에만 부과되지 않는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것이지만 조세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실제로 일부 기업 대주주 일가들은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주식 양도를 가장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이런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 상장 주식의 대주주에 대해서만 주식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1998년 만들어졌다.
개정의 주요 이유가 편법 증여 방지였던만큼 대주주 기준도 한 종목당 지분 보유액이 100억원으로 높게 설정됐다.
이후 과세의 실효성과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2013년 50억원(코스피)으로 낮춰 강화했고 박근혜 정부 때 25억원, 문재인 정부 때 15억원을 거쳐 10억원까지 기준을 낮췄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다시 50억원으로 상향조정해 세금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기획재정부 이형일 1차관이 지난달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세제개편안 상세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이재명 정부 들어 이를 다시 10억원으로 되돌리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자 주식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대주주들이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하는 바람에 주가가 하락하고 큰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시장의 반발에 밀려 더불어민주당은 '10억원 개편안' 대신 '50억원 현행 기준 유지'라는 의견을 정부에 공식 전달한 것이다.
정부 여당이 시장에 둔감한 것도 문제지만 시장에 너무 민감한 것도 올바르지 않다.
대주주의 주식양도세 과세는 편법 증여 방지에서 조세 형평성 제고로 그 중심을 옮겨왔다.
연합뉴스앞서 살펴봤듯이 윤석열 정부를 제외하고 진보, 보수 정권 가리지 않고 대주주 기준을 계속 낮춰왔다.
언젠가는 대주주 뿐만 아니라 모든 주식 거래에 대해 소득세가 부과되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다.
양도세 회피 물량이 몰려 연말 증시가 폭락하고 공매도나 인버스 투자 등 이른바 '역베팅'까지 가세하면 폭락이 폭락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그동안 현실화된 적이 없었다.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매도하더라도 지분 유지를 위해 과세 기준일을 지나면 다시 매수를 한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시적 주가 하락은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돼 곧바로 주가가 회복된다는 전문가 분석도 적지 않다.
종목당 10억원이라는 기준도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규모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주식 투자자 1인당 평균 국내 주식 투자액은 2800여만원이다.
정부에 따르면 1인당 평균 5.7개 종목에 투자한다고 하니 대주주는 10억원 기준일 때는 57억원 정도, 50억원 기준일 때는 285억원까지 세금이 없는 셈이다.
과세에 있어 '수직적 형평'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99만 9천원을 버는 사람은 세금을 안 내는데, 100만원을 번 사람은 왜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대표적이다.
어떤 기준을 정하더라도 이같은 논란은 피할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 여당은 일관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조변석개(朝變夕改)보다는 원칙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충되는 메시지를 주는 정책이 뒤죽박죽으로 발표되는 실수는 없어야 한다.
아울러 '대주주' 명칭 등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도 손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