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연합뉴스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해 만든 석유화학사 여천NCC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였다.
여천NCC의 공동 대주주인 한화솔루션은 자금지원안을 마련해 이 회사의 조속한 회생을 시도하고 있지만, 또 다른 대주주인 DL그룹 측은 추가 자금 지원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상황 개선 여부가 불확실하다.
8일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여천NCC는 석유화학 업계 불황과 재무구조 악화와 맞물려 이달 말까지 필요한 약 31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자금은 단기 채무와 결제 대금 등 복합적인 성격인데 오는 21일까지 이를 마련하지 못하면 여천NCC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상황이 악화되자 여천NCC의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이 회사에 대한 1500억 원 규모의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 한화 측은 주주사가 각각 1500억 원을 지원해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구책을 실행하면 연말까지 여천NCC의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조속한 회생 지원 작업을 시도 중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나머지 5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DL케미칼은 입장이 조금 다르다. DL그룹 차원에서 '워크아웃 불가피론'을 주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DL그룹은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다.
DL그룹 관계자는 "여천NCC에 대한 1천억 원 증자를 한 지 불과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여천NCC는 양 주주사에 1500억 원 증자 또는 대여를 추가 요청했다"며 "DL은 어떤 이유에서 유동성에 어려움이 발생했는지, 정확한 경영 상황이 어떤지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천NCC에 대한 증자, 또는 자금 대여는 합작 계약에 따라 양대 주주 가운데 한 쪽만의 단독 결정이 어려운 구조다. 이에 한화솔루션의 1500억 원 자금 대여 결정조차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21일 전까지 양측이 의견을 모으지 못할 경우 여천NCC의 디폴트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나프타 분해설비를 인수해 1999년 12월 28일에 설립된 회사다. 전남 여수시에 주요 제조시설을 두고 석유화학제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으로 업황 사이클에 따라 연간 3천억 원에서 1조 원대의 이익을 내기도 했으나, 2022년 3477억 원, 2023년 2402억 원, 지난해 236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날부터는 전남 여수 3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