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통상협의 결과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윤철 부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기획재정부 제공한국과 미국이 3500억달러(약 48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한 관세 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미국이 투자 수익의 90%를 가져간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실질적 귀속 구조와 과실 분배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일본 때 마찬가지로 또다시 '90%룰' 명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방미 중인 한국 협상단과 만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1천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다"며
"이 외에도 한국이 자국 내 추가 투자를 진행할 것이며 그 규모는 2주 안에 이재명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 시 정상회담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곧바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그 (3500억 달러) 수익의 90%는 미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마찬가지로 지난 22일 일본으로부터 5500억 달러(약 766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으면서 그 발생 이익의 90%를 가져간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것과 비교해 발표 주체 면에서 우리나라와는 차이를 보인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우리 정부는 실제 협상 과정에서 90%(90:10)룰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하거나, 계약 문서에 정확히 명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대미 투자펀드 수익의 90%를 가져간다(retain)'고 밝힌 것과 관련해 "그 의미에 대해서는 미국 측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우리 측은 해당 수익이 미국 내에서 재투자되거나, 일정 기간 미국에 유보되는 구조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이 의미에 대해 내부적으로 법률가들과 검토했지만,
아직 펀드 구조나 투자자, 수익 배분 방식이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단정적 해석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사업을 추천하고 구매를 보증(off-take)하는 구조라면, 이익이 외부로 빠져나가기보다는 미국 내에 유보되는 구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실제 사업 구조, 이행 협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수치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실장은
"정상적인 문명국가에서 수익의 90%를 일방적으로 가져가는 구조는 상식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미국이 수익을 일방적으로 가져가는 구조로 이해하지 않았고, 미국 측과도 이런 전제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90% 귀속' 발표에 일본도 "합의와 다르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뉴스 지켜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실제 일본과 미국도 최근 타결한 무역협상 합의 내용을 두고, 합의문 미비 등으로 인해 시행 시점과 이행 방식 등을 놓고 해석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내 요청에 따라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며, 이 중 90%의 수익은 미국이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다음날 곧바로 "정부계 금융기관이 최대 5500억달러 규모의 출자·융자·융자보증을 제공 가능하게 하는 합의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고 반박했다. JBIC(일본국제협력은행)와 일본무역보험을 활용할 계획이며, 정부는 이들 기관의 자본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사업 진척에 따라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사실상 무역 통상 협상인데, 그러면 양측이 동시에 발표하거나 공식적인 협정문이 있어야 하는데 일본하고도 없었고, EU하고도 없었다"고 공신력있는 협정문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다만 이번 발표의 차별성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서 한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했고, 2주 후라고 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SNS 발표가 어떻게 공식화될지 두고 봐야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