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근 화성특례시장 모습. 화성특례시 제공경기 화성특례시의 한 도심 국도에 차량들이 자로 잰 듯 일정 간격을 두고 달리고 있다. 시속 80㎞지만, 운전자들 손에는 핸들 대신 책이나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차량이 급격히 늘어 간격이 좁혀지자 앞창에 달린 카메라가 거리를 인식해 속도를 낮춘다. 우회전하려다 횡단보도에 뛰어든 아이를 감지한 트럭은 경고음을 울리며 멈춰 선다.
퇴근길 갑작스런 폭우에 아스팔트 곳곳이 파이면서, 차량들이 도로 굴곡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시청 관제센터로 신호를 보낸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특수 지표면 카메라를 갖춘 포트홀 보수 전용차량이 현장에 도착해 도로를 메운다.
인구가 밀집된 동탄신도시 일대에는 출퇴근 때마다 소형 프로펠러를 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수천 대가 정해진 항로를 따라 상공을 날아다닌다.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정명근(61·더불어민주당) 화성시장은 십여 년 뒤 화성의 미래 모습을 이같이 그렸다.
그간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공장' 단지에 머물러 있었다면, 앞으로는 첨단기술을 융합한 모빌리티 연구와 대중화를 선도해 지역과 국가의 새로운 먹을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것.
그는 화성의 신성장 동력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첨단산업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지방정부 최초 AI엑스포를 개최, 첨단행정으로 도시문제를 푸는 비전을 제시해 전국의 이목이 쏠렸다.
10일 정명근 시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빌리티와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엔진을 풀가동해 반드시 도시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기틀을 다지겠다"고 힘줘 말했다.
자율주행+도심항공차량…'미래 자동차'의 중심지 도약
인공지능 엑스포 'MARS 2025'에서 정명근 화성시장이 영국 엔지니어드아츠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화성특례시 제공먼저 '미래형 이동수단 상용화'에 방점을 찍었다. 시는 자율주행 리빙랩 실증 도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국비 740억 원 등을 지원받아 남양읍과 새솔동, 마도산업단지 등지에서 자율주행 리빙랩 공공서비스 실증과 상용화 프로젝트에 주력할 방침이다. 주요 사업 소재는 수요응답형 대중교통과 공유차량, 도로유지, 사고예방 순찰 등이다.
정 시장은 "미래모빌리티 분야에서는 기아의 PBV(Purpose-Built Vehicle, 목적 기반 교통수단) 전용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이고, 자율주행 실증도시 유치와 스마트운송 플랫폼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며 "화성시는 이제 자동차 '생산도시'를 넘어 '미래자동차 시험의 장(Test Bed)'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동수단에 여러 첨단기술를 융합해 산업의 자발적이고 광범한 진화를 도모하겠다는 게 정 시장의 구상이다. 교통분야에 정보기술(ICT)을 결합한 혁신적인 도심 항공 차량인 UAM 상용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에 연구소와 생산기반을 갖고 있는 자동차 대기업 등과 연계해 기체를 공동개발하는가 하면, 국제테마파크 등과 같은 매머드급 도시개발 과정에서 UAM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화성형 미래모빌리티 '기본계획'을 구체화하고, 경기도·국토교통부를 상대로 UAM 시범운영지역 선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공장도시 화성에서 글로벌 첨단산업 혁신도시로 나아가는 길목에 서 있다"고 말했다.
AI·반도체 '1번지' 목표, 시청 조직도 '대개조'

다음은 AI와 반도체다. 이재명 정부가 앞세운 산업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시는 AI를 접목한 어린이 보행안전 시스템을 지역 초등학교에 선제적으로 도입해 관제체계를 안착시켰다. 스쿨존 내 차량 예측출발과 무단횡단 등을 AI카메라와 안전바로 원천 차단한다.
AI 기반의 실시간 디지털 도로관리체계도 있다. 버스와 택시에 관련 장비를 설치한 뒤 GPS와 연동해 포트홀이나 도로균열, 낙하물, 노면 표시 불량 등 도로에서의 돌발 상황 정보를 수집해 즉각 현장 대응하는 식이다.
앞으로는 생성형AI를 모든 공공서비스에 도입해 AI기술의 대중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HPC(고성능컴퓨팅)센터, 글로벌 장비업체 ASML·ASM의 연구개발·생산시설, 도쿄일렉트론코리아 등의 지속적인 투자를 연계해 반도체 클러스터 확장에 집중한다.
정 시장은 "시는 입지, 인허가, 기반시설 등 전방위 지원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여러 첨단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도시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공약했던 20조 기업 투자유치를 이미 조기 달성했다"며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투자유치 목표를 25조 원으로 올려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MARS 2025 개막식 기념사진. 화성특례시 제공이 같은 새로운 '백년대계'에 맞춰 시 행정조직에도 과감한 변신을 꾀했다.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의 'AI 전담부서'를 만드는가 하면, 모빌리티 전략팀과 공공드론팀 등 미래산업의 여러 신기술들을 기준으로 촘촘하게 조직을 다져가고 있다.
그는 "조직 개혁에 이어 첨단산업 특화지구 지정, 산업별 맞춤형 기업지원 프로그램 도입 등 더 유연하고 전략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행정조직은 단순한 규제기관이 아니라, 기업과 시민의 성장을 견인하는 든든한 플랫폼이자 지원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기본특례시로 이재명표 유토피아 구현"
정명근 시장. 화성특례시 제공이처럼 신성장 동력으로 화성특례시의 덩치를 키우면서도, 지자체로서의 '기본' 역할에도 충실하겠다는 게 정 시장의 의지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시그니처 정책인 '기본사회'를 구현하는 데, 화성시가 가장 앞줄에 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새로 만든 '기본사회담당관' 주도로 생애주기별 사회안전망을 관리·강화하는 이른바 '화성형 기본사회'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 시장은 "무상교통, AI 교육, 햇빛연금, 난임치료비 지원 등 일상에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누구나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며 "시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ESG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공공일자리도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첨단특례시와 기본특례시가 양립 가능한 도시 전략임을 입증하고 싶다"며 "기술 발전과 인간다운 삶을 동시에 추구하는 철학으로 행정 방향을 설정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