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뉴햄프셔의 연방법원이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폐지'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7일 "일개 법원이 연방정부 정책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중단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결정해, 미국 28개주(州)에서는 '출생시민권 폐지' 행정명령이 효력을 가지게 될 예정이었다.
다만 당시 연방대법원은 집단소송을 통한 전국 효력은 인정했는데, 이에 시민단체들이 지난달부터 전국 단위 집단소송을 제기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번 집단 소송은 미국에 거주하는 3명의 이민자(임산부, 4월에 출산한 여성, 3월에 태어난 아기의 아버지)가 트럼프 행정명령 이후에 태어난 아이와 그 부모들을 대신해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해 그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다'라고 규정한 수정헌법 제14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셉 라플란트 뉴햄프셔 연방판사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시민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인 신생아·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집단 소송을 허가하면서, 행정명령의 시행을 일시 중단하는 예비 금지명령을 내렸다.
라플란트 판사는 "출생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정책을 갑자기 바꾸는 것으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온다"며 "이번 결정은 법원으로서 고민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번 집단소송이 너무 광범위하며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정헌법 제14조가 노예제에서 해방된 흑인들의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해 비준된 것이며, 불법 이민자나 미국에 일시적으로 방문한 사람의 자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 출생시민권에 제약을 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르면 부모 중 한명이라도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가 아닐 경우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을 막는다.
관광, 유학,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등을 통해 임시 체류 중인 임산부나, 불법 체류자의 자녀는 시민권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라플란테 판사는 이번 집단소송의 대상을 부모는 제외한 미국 내 모든 신생아 및 태아로 한정하고, 정부에게 항소할 시간을 주기 위해 행정명령의 효력을 일시 중단하는 예비 금지명령을 7일간 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