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벤 베르하르트 대표이사. 오비맥주 제공주류 제조사 오비맥주의 대표이사, 임원 등 10명이 맥주 주원료인 맥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약 165억원 상당의 관세를 회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조사부(안광현 부장검사)는 2018년 9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명의상 업체를 동원하는 등 관세 회피를 주도한 구매팀 이사를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특정범죄가중처벌법(관세) 위반 등 혐의로 오비맥주 벤 베르하르트 대표이사와 임원, 협력업체 대표 등 9명이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오비맥주 임원들은 자유무역협정 할당관세제도(FTA TRQ)를 악용해 맥주 주원료인 맥아를 수입하는 방식으로 157억 원 상당의 관세 납부를 회피한 혐의를 받는다. 할당량을 초과하는 분량은 명의상 업체들을 동원해 들여와 관세를 면제받은 것이다.
맥아를 국내에 수입할 경우 관세가 최대 269%까지 발생하는데, 맥주 제조회사 등 주류 제조업 허가를 받은 업체는 WTO TRQ를 적용받아 30%라는 낮은 관세로 수입할 수 있다. 이때 자유무역협정 할당관세제도(FTA TRQ)를 적용받으면 무관세로 맥아를 수입 가능하다.
자유무역협정 할당관세 제도(FTA TRQ)는 높은 관세가 적용되는 특정 품목에 대해 정해진 물량에 한해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사업자들에게 신청량을 기준으로 수입 물량을 배분하고, 해당 업체들은 FTA TRQ 추천서를 받으면 할당량만큼의 맥아는 무관세로 수입이 가능하다.
오비맥주는 맥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퇴직자들이 설립한 업체와 명의상 업체들을 동원해 FTQ TRQ 물량을 최대한 확보했다. 그리고 이 업체들이 직접 맥아를 수입하는 것처럼 관세법 상 납세의무자로 꾸몄다. 결국 모두 0% 관세율을 적용받아 157억 원 상당의 관세를 내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2018년부터 2023년 국내 전체 맥아 FTA TRQ 물량 가운데 오비맥주와 명목상 업체들이 평균 55%를 과점해 공정한 경쟁이 저해됐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수입한 맥아를 운송할 때 해운회사와 공모하고 발생한 해상운임을 축소 신고하는 식으로 8억 원 상당의 관세를 회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관세청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 국민 혈세를 도둑질하는 국가재정범죄에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