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김한영 기자 "만약 피고인 가족이 그런 일을 겪었다면 피고인은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판사의 물음에 피고인 조모(64)씨는 한숨을 내쉰 뒤
"진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11일 광주지방법원 402호 법정에서 형사3단독 장찬수 판사 심리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부는 사고 직후 조씨가 112에 즉시 신고하거나 구조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가족에게 연락하거나 인근 하천으로 내려가 물을 마시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피해자의 병원 이송이 늦어졌고 결국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근 대학병원 등으로 후송이 지연돼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유족이 현재까지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양형에 불리한 사유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전직 보건소장을 지낸 조씨는 지난 2024년 12월 26일 밤 10시쯤 전남 화순군 화순읍의 한 도로에서 보행 중이던 A씨를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했다.
이른바 '화순천 사망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고는 같은 날 밤 10시 2분쯤 발생했다. 그러나 119 신고는 17분 뒤인 10시 19분에야 접수됐다. 이 사이 조씨는 별다른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인근 CCTV에는 조씨가 사고 수습 대신 하천으로 내려가 여러 차례 손을 씻고 물을 마시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유족 측은 조씨가 구조를 외면해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촉구했다.
재판부는 "수많은 탄원서를 읽어보니 고인은 사회봉사에 헌신해 온 분이었다"면서 "안타까운 죽음이 더욱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조씨는 최근 유족에게 2억 원을 공탁했지만 유족은 이를 거부하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돈으로 생명을 되돌릴 수 없다"며 유족의 감정을 언급했고 조씨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재판부는 이날 조씨에게 검찰 구형보다 1년 높은 금고 4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16일 금고 3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