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이 28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제주포럼 사무국 제공"차기 정부의 한·일관계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없던 것으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은 28일 제주포럼을 계기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일주일 후 탄생할 새 정부의 한일관계에 대해 "최근 2~3년에 걸쳐 한일관계가 진전되었는데 이런 부분을 발전시키는 방향이 되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주미대사를 역임한 사사에 이사장은 1998년 당시 일본 외무성 북동아시아 과장으로 '김대중-오부치 선언' 초안을 작성했고, 6자회담에서 일본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그는 수교 60주년을 맞은 한일관계에 대해 "과거유산이나 역사, 식민지 문제를 극복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함께 발전해가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으로도, 민주주의적인 부분에서도 타이밍의 차이는 있겠지만 크게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일관계 개선의 최대 난제인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현안과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사 문제를 한일관계의 '정가운데' 두고서 미래를 위해 논의하는 건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과거 문제가 해결돼야만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라기보다는, 노력은 노력대로 하되 눈앞에 닥친 과제 해결에 집중하는 게 올바른 자세"라고 말했다.
사사에 이사장은 역대 정권에 따라 개선과 부침을 반복하고 있는 한일관계에 대해 두 나라 정상 사이의 꾸준한 대화 의지를 역설했다.
그는 "한일 셔틀외교도 20년 전부터 시작돼서 진행과 단절을 반복하고 있지만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며 "정상급이 서로의 국가에 방문해 연설하고 악수를 나누는 관계를 지속하고 국민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시대에서 두 나라가 경제·안보적으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상황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의견을 교환해서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는 미일 방위사업 협력과 같은 논의가 진행 중이고, 한국과 미국도 비슷한 논의사항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은 특히 조선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데 이처럼 서로의 장점을 알리고 의견을 교환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은 경쟁하는 국가이기도 하지만 (트럼프 시대에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며 "한미일 3자 대화를 통해 에너지, 경제, 안보 등 중요 과제를 해결하고 원자력, 천연가스, 수소, 반도체, 희토류 같은 공동의 문제를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