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자신이 강조해온 '실용주의'를 통해 그간 제기돼왔던 '친중 프레임'에 대한 역공에 나섰다. 이른바 '셰셰'(謝謝·감사합니다) 발언으로 논란을 겪었던 이 후보이기에 그에 대한 정면 돌파책의 일환이자, 최근 연일 힘을 싣는 실용주의 노선의 연장으로 읽힌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약으로 약속하기 어려운 외교·안보 분야의 특성상 자세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행보란 평가가 나오지만, 모호성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국익 중심" 강조하며 정면돌파 나선 李
이재명 후보는 지난 18일 열린 첫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자신에게 '친중국적인 입장 아니냐'고 묻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게 "단편적인 생각"이라며 "국익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외교 노선이 '왔다갔다'한다는 반박이 이어지자, 이재명 후보는 "모든 상황을 가정해 극단화시켜서 판단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상황이 전개됐을 때 거기에 맞춰 유연하게 판단해야 하고, 판단의 기준은 대한민국의 국익이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본인이 그간 강조해온 외교 노선인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강조하며, '친중'이라는 이념적 프레임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후보가 22대 총선 당시 문제가 됐던 "셰셰" 발언을 유세에서 먼저 꺼낸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지난 13일 대구에서 "중국에도 '셰셰'하고 대만에도 '셰셰'하고 잘 지내면 되지, 그게 잘못됐느냐"며 "언제나 국익 중심으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하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고 물건도 팔고 협력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발언을 먼저 꺼내들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의 '양안 관계 악화' 관련 질문에 "대만과 중국 사이의 분쟁에 우리가 너무 깊이 관여할 필요가 없다"며 "현상을 존중하고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수준을 재확인했다.
미중 갈등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한민국 상황 고려
이같은 답변의 배경에는 '친중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필요성 이외에,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외교안보 전략·정책의 특성상 보안 유지가 필요한 측면이 있는데다, 발언 자체가 외국을 상대로 하는 만큼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제이미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은 베이징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동맹이자,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며 "한국의 지리적 위치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미중간 무력분쟁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도 동원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우리나라가 뜻하지 않은 전쟁에 연루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지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후보가 굳이 양안 문제에 대해 뚜렷하게 언급해서 설화(舌禍)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외교안보 분야 관계자는 "양안 문제 같은 일에 대해 명료하게 얘기하라고 다그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며 "대원칙은 이야기하되, 그 대원칙에 따른 세부 사항은 실제로 (국가를) 운영하면서 채워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1위 주자 몸사리기?…"민주당의 전통 기조"
다만, '대세'를 형성한 '1위' 대선주자로서 지나치게 핵심을 피해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김재섭 조직부총장은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미국 행정부는 양안전쟁이 발발했을 때 우리 정부가 어떤 식으로 조치하고 물자를 준비할지 물어오고 있다"며 "그럴 때 '대답을 하지 않겠다'고 할 수는 없다. 신중한 것이 아니라 생각이 부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의 다른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쟁 책임을 전가하던 이 후보의 스탠스 자체가 기존과 다르게 변한 것 같다"며 "민감한 국제 문제에 대해 함부로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기조로 돌아온 것에 가깝다. 이를 본인의 방식으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