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SKT 측으로부터 받은 답변 중 일부. 본인 제공#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한지 3년 차인 A씨는 SKT 해킹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 동시에 '로밍완전차단' 서비스도 자동으로 가입되면서 한국에서 오는 전화와 문자를 전혀 받을 수 없었다. 황당한 마음에 A씨는 T월드 홈페이지에 "해킹 사고에 따른 유심 변경 조치를 해외 거주자는 어떻게 받느냐"고 문의를 남겼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SKT 해킹 사태로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거주 중인 이용자들은 유심 교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국내 전화와 문자를 수신해야 하는 해외 이용자들은 유심보호서비스에도 가입할 수 없어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SKT는 다음 달 중순부터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이후에도 로밍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KT가 '뒷북 대책'을 내놓고, 안내에도 혼선이 생기면서 사각지대에 있는 해외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SKT 유심보호·유심교체…해외 이용자들 "둘 다 안돼"
SKT 유심보호서비스. T월드 홈페이지 캡처SKT 해킹 사태가 발생한 이후 SKT 측에서 내놓은 이용자 보호 대책은 '유심 무상 교체'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두 가지다.
그러나 SKT의 대책 발표 이후에도 해외에서 SKT 유심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들은 막막하다. 그 어떤 방법도 시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T 측에 유심 물량이 확보되더라도, 현장 본인인증을 마친 뒤에 가능해 해외 이용자들의 경우 한국에 직접 방문하는 방법 밖에 없다.
유심보호서비스 역시 무용지물이다.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게 되면 해외 로밍 사용이 제한된다. 해외에서 음성, 문자, 데이터 서비스를 일체 이용할 수 없어 와이파이(Wi-Fi)가 없는 곳에서 휴대폰은 사실상 '먹통'이 된다. 이같은 문제에 SKT 측에서는 다음 달 14일부터 로밍 시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사이 불안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독일에서 거주 중이라는 한 이용자는 해외 교민들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SKT 해킹 때문에 잠도 안 온다'며 "당장 한국에 나갈 수도 없고 다른 통신사로 옮길까 싶다가도 다른 곳도 (정보가) 유출되면 어떡하지 걱정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의 댓글에도 "한국에 있으면 유심 교환할 텐데 부모님께 물어보니 (한국도) 대기가 어마어마해 신청만 해 놓으신 상태라고 한다", "거래은행에 전화해 안심거래 신청하면 되는 거냐. 불안하다" 등 대책이 없어 답답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사고 친 SKT는 "기다려줘"…수습은 '셀프'
한국에서 유심 대란이 일어나는 등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는 해외 이용자들은 불안감에 자체적으로 해결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유심을 교체할 수 있는 방법은 물리적인 장치인 유심 대신 소프트웨어로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는 '이심(e-SIM)'으로 교체하는 것뿐이다. 그마저도 애플 IOS는 아이폰 XS 이후 모델과 안드로이드의 경우 갤럭시 S23 이후 모델에 한해서만 이심 사용을 지원한다.
A씨도 수차례 콜센터에 문의한 결과 이심 지원이 가능한 기종에 한해서 자체적으로 이심을 개통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결국 이심으로 교체했다.
A씨는 CBS노컷뉴스 통화에서 "이번에 한국에 들어갈 때 휴대폰을 최신 기종으로 바꿔서 이심으로 교체할 수 있었다"며 "자녀들은 오래된 기종이어서 아직도 유심 교체도 못하고, 유심보호서비스 가입도 못하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안내가 늦어지다 보니 해외 이용자들은 답답함이 더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 유심을 이심으로 교체할 수 있는지, 문자와 전화 수·발신이 차단되는지 여부 등을 두고 제대로 된 공지가 전달되지 않아 혼선이 큰 상황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들 외에도 당장 오는 5월 초 '황금연휴'에 해외여행을 계획한 이용자들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현재 SKT는 공항에서 당일 출국자에 한해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유심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SKT가 5월 중순부터 해외 로밍 서비스도 가능하도록 한다고 하는데 더 빨리 도입해야 할 것 같다"며 "이심 지원도 단말기 제조 회사와 협력해 지원 기종을 더 늘릴 수 있도록 보안 시스템을 업데이트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