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 출범식에서 유종일(왼쪽)·허민 상임 공동대표가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의 싱크탱크로 지목된 '성장과통합'이 외곽 조직의 한계를 보이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하룻 사이에 내부 핵심 조직인 기획운영위원회가 돌연 해산을 발표했다가, 다시 상임공동대표가 반박문을 발표하는 등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난립하는 외곽 조직 관리라는 숙제를 이 예비후보가 떠안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장과통합 기획운영위원회는 24일 '해산 선언문'을 발표했다. 전날인 23일 오전 11시 참석자 전원의 합의로 조직 해체를 결정했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출범식을 연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문건에서 "상당한 성과와 반향에도 특정 후보의 싱크탱크로 타칭되고, 성장과통합의 일부 인사들이 차기 정부의 특정 자리에 이름이 거론되면서 사전선거운동 시비와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본부(선대본) 활동과 관련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성장과통합 기획운영위원회에서의 해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성장과통합 유종일∙허민 상임공동대표는 곧장 언론 공지를 통해 '조직 해체설'을 반박했다. 이들은 "성장과통합의 발전적 해체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최종 결의된 바 없고, 두 대표들의 의사와 반해 보도자료를 낸 동기와 의도는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배포된 '해체 선언문'이 두 상임공동대표 입장과 다를 뿐 아니라 특정 인사가 일방적으로 배포한 비공식적인 문건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사전 통지 없이 이뤄진 '해산 결정' 해프닝으로 이 예비후보 주변에 모인 외곽조직의 한계가 그대로 표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장과통합의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부 사람들끼리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 이것을 전체의 일처럼 확대하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기대선의 특성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하다 보니 대선 예비후보의 주요 공약 등을 생산하는 외곽 조직의 역할이 급부상했는데, 급조된 조직인 만큼 조직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 부재 등이 이번 사태로 드러난 것이다.
비(非)정치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만큼, 이번과 같은 정치적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만한 컨트롤타워가 부족한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총 34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된 성장과통합에는 각계 전문가 500여 명이 합류했는데, 주요 인사들은 주로 교수나 연구원 출신이다.
이 예비후보가 민주당 내는 물론,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세'라는 점 때문에 빚어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예비후보는 민주당의 지난 충청권∙영남권 순회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89%대를 기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홀로 과반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며 타 후보들에 앞서는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이 예비후보 주변으로 다양한 인사들이 모여드는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대세론 속에 거대해지는 캠프 규모 만큼 외곽 조직 관리 문제는 향후 이 예비후보 캠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이 예비후보 캠프 측도 이런 우려를 의식해 싱크탱크로 지목되는 외곽 조직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 예비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 예비후보는 사람이나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성과가 나온다면 계속 함께 일하는 것"이라며 특정 조직에 힘을 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