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한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심동훈 수습기자전북 전주 시내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버스베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버스 이용객과 운전기사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버스베이는 버스 정차를 위해 보도 쪽으로 차도를 넓힌 공간이다. 전주시의 1308개 버스 승강장 중 171개소에 버스베이가 설치됐다.
16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달 기준 버스베이와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총 15건이다. 버스가 버스베이에 진입하지 않은 채 정차했거나, 2개 차선을 점유한 채 정차했다는 내용이다. 같은 내용의 민원이 2024년 52건, 2023년엔 45건 접수됐다.
덕진동에 거주하는 A(70대)씨는 "정차해야 하는 구역에 세우지 않아 버스 이용객이 도로까지 나가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A씨는 "차선에 걸쳐서 정차하지 말고, 정류장에 붙여주면 더 안전하고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 탓만 하기엔 어려운 현실
시민들은 버스베이 미진입을 버스 기사의 운전 습관으로 돌리지만 기사만을 탓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시내버스 기사 정정석(68)씨는 "길이가 짧은 버스베이에 진입하려면 버스를 급하게 틀어야 한다. 이용객들이 인도 끝자락까지 와 서 있다. 안전을 생각하면 버스베이에 온전히 진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모(65)씨도 "버스베이에 들어가면 뒤따르던 차를 배려하지 못하게 된다. 뒤차가 손님도 못 태우는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비효율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이는 버스베이 길이가 짧아서 생긴 문제다. 국토교통부 규정을 보면 버스베이 길이는 최소 40m에서 60m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전주시 버스베이 대부분은 버스 1대가 겨우 들어갈 크기인 20m 정도에 불과하다. 한 대의 버스가 진입하면 뒤따르는 버스는 승객을 태우지 못한 채 교통 흐름만 저해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백제대로 등 넓은 도로를 제외하면 인도가 좁은 구역이 많아 국토부 규정에 맞춘 길이로 버스베이를 만들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불법주정차 차량도 버스베이 진입을 방해하는 원인 중 하나다. 이달 기준 버스베이 관련 민원 15건 중 기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미처분 11건의 사유는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버스베이에 불법 주정차'이다.
재진입 어려움…정시성 확보 못해
승객을 태운 뒤 재진입하려는 버스를 양보하지 않는 차량도 버스베이 진입을 꺼리게 되는 이유다.
시내버스 기사 정정석 씨는 "출퇴근 시간에 버스베이에 한 번 진입하면 차도에 재진입하기까지 정말 오래 걸린다. 차들이 양보를 안 해준다. 많게는 5분 이상 늦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배차 간격이 짧은 노선의 경우엔 뒤차에 따라 잡힌다"고 말했다.
박 씨도 비슷한 경험을 얘기했다. 그는 "버스는 제시간에 도착하는 게 중요한데 버스베이에 들어갔다 나올 때 차들이 양보를 안 해주면 밀린다. 승객들도 불편하고 회사에서도 뭐라고 하니 기사 입장에선 부담스럽다"며 난색을 표했다.
전주시 기린대로 BRT 구간. 전주시 제공기린대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축을 계기로 점차 버스베이는 사라질 전망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과거 전국적으로 버스베이 설치 열풍이 불었을 때 전주시도 전국적 추세에 맞게 버스베이를 설치했다. 그러나 주변 환경과 인도 여건상 구색 갖추기에 불과한 곳도 있다. 당시 행정의 착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BRT 사업이 진행되면 해당 구역의 모든 버스베이가 사라진다. 나머지 도로도 버스베이를 없애는 쪽으로 도시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