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한 주 동안 지구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 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먼저 첫 번째 소식은요.
2038년 전력 비중 최대 원전 최선일까?정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는 소식입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줄여서 전기본이라고 부르죠. 정부가 에너지 수요, 공급을 예측해서 내놓는 15개년 계획입니다. 계획은 15년치를 짜는데 2년마다 업데이트를 해요. 발전 설비는 한 번 투자가 이루어지면 길게는 30년 안팎까지 장기간 가동 운영되기 때문에 길게 계획을 짜놓는 거고요.
◆ 홍종호> 예. 저도 이번 11차 전기본, 내용 확인했는데요. 우리나라는 정부가 늘 요금을 통제하는 방식을 써와서 전기가 어떻게 우리의 가정에까지 들어오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높다고 보기는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전기가 어떻게 공급이 되고 있는 것인지, 공급 비용은 각 발전원별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 국가는 전기를 잘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인지 이런 것들을 꼭 아실 필요가 있겠다. 그런 차원에서 오늘 이 주제가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최 기자는 이 보고서를 보면서 어떤 부분이 제일 눈에 띄었어요?
◇ 최서윤> 직관적으로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이었습니다.
2038년에 정부가 계획하는 우리나라 전력 공급의 35.2%가 원전이 될 거고요. 재생에너지는 29.2%로 책정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국가 전체 공급 전력의 64.4%가 원전과 재생에너지, 두 에너지로 충당이 되는 겁니다. 이 비중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앞으로 설비 투자가 들어가는 거고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홍종호> 작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원전 비중이 한 32%, 재생에너지는 10% 언저리 정도 됐기 때문에 원전은 더 늘고 재생 에너지는 더 많이 늘고 괜찮은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보자면 이미
OECD 38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4%까지 올라왔거든요. 근데 우리는 2038년, 지금부터 14년 15년 후가 되어도 현재의 평균도 안 된다는 거니까 이거를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최서윤> 사실 이 주제를 가져오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원전이랑 재생에너지가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까. 경제성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평가를 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서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해야 되는데 중요한 시기에 논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었어요. 이제는 우리가 제대로 객관적 논의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듭니다. 그래서 원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교수님이 짚어주실 수 있게 제가 한번 질문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력수요 129.3GW 예상, 현재보다 40GW 증가 전망
그전에 먼저 확정된 전기본 주요 내용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전력 수요와 공급을 예측해서 내놓는 계획이라고 했잖아요. 일단
수요 측면을 살펴보면요. 2038년의 우리나라 전력 기준 수요는 145.6GW가 될 걸로 예측이 됐습니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잘 와닿지 않으실 텐데요.
올해 기준 수요가 106GW입니다. 그러니까 한 14년 정도 뒤에 40GW 정도가 더 늘어나는 거예요.일단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그다음에 기온도 상승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부분이 한 25GW 정도 될 거로 추정했고요. 그다음에 AI 개발 경쟁 붙으면서 데이터센터 계속 짓고 있잖아요. 그리고 반도체 칩 첨단 산업 개발하는 부분. 그다음에 우리 탈탄소를 위해서 전기화하는 것. 전기차 보급도 확대하고 산업용 히트펌프 도입하고 이런 전기화 과정에서도 전력 수요가 대폭 늘기 때문에 잡은 추가 수요가 한 17GW입니다.
이렇게 계속 전력 수요를 늘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수요 관리라고 하는 목표가 추가돼요. 에너지 사용 줄이고 효율을 높여나가자. 이렇게 해서 한 16.3GW 정도는 우리가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보자 하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이걸 다 반영하면 2038년 목표 수요는 129.3GW가 됩니다.
◆ 홍종호> '기준 수요'라는 게 있고 '목표 수요'라는 게 있잖아요. 목표는 이렇게 갈 것으로 예측이 되지만 국가적으로 좀 더 수요 관리에도 신경 쓰고 하면 좀 더 목표는 그것보다는 내려올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바람을 담은 수요 예측치라고 볼 수 있겠죠.
저는 여기서 '전기화'라는 표현을 시청자들께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경제의 흐름, 또 에너지 소비의 흐름은 점점 전기화로 간다. 기존에는 열도 쓰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화석 연료를 사용했지만 점점 전기를 통해서 물도 데우고 취사도 하고 또 심지어 모든 산업의 공정에서 점점 전기를 많이 쓰는 방식으로 가게 됩니다. 특히 데이터센터. 디지털 전환 시대에 얼마나 또 전기를 많이 사용하게 됩니까? 그래서 아마 전기의 소비량이 늘 것이라는 생각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거예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그러나 동시에, 무어의 법칙이라고 있잖아요. 반도체 성능이 좋아진다. 근데 쿠미의 법칙이라는 게 또 있어요. 반도체 효율이 좋아진다.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전기화가 돼서 데이터센터 만들어지고 챗GPT 같은 AI가 만들어지면서 전기 소비가 늘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전기 소비량의 효율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도 기술이 개발된다. 이미 과거의 추세가 그래 왔다.
그래서 정부가 그렇다고 예측을 손 놓아서는 안 되겠지만 전기 소비량이 우리가 일견 예측하고 우려하는 식으로 어마어마하게 늘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딥시크가 그걸 보여줬고요. 생각하는 만큼 전기 소비량이 수요 측면에서 마구잡이로 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저는 그렇게 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쪽의 기술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들을 정부가 해 줘야 된다. 그래야 훨씬 세상이 지속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 최서윤> 맞습니다. 그렇게 에너지 효율도 높이고 그다음에 거기에 공급하는 전기를 우리 친환경 기후 친화적인 그런 기술로 생산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부분일 것 같아요.
2038년 원전 35.2% 재생 29.2% 포함 무탄소 에너지 70.7% 공급 목표
◇ 최서윤> 다음은
전력 공급 부문을 살펴볼게요. 일단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고 LNG로 전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석탄을 태우던 거를 LNG를 들여와서 LNG를 태우는 거예요. 그러면 탄소 배출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계획해 둔 부문이 이미 있고요.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가 기존 10차 전기본 때는 2036년까지 계획을 담았었는데 그때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28기를 폐지를 해서 LNG로 전환을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번 11차 전기본에서는 2037년이랑 2038년 사이에 수명이 도래하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2기에 대해서는 LNG가 아니라 무탄소 발전으로 전환하기로 합니다.
어떤 걸 태우냐면 수력 발전의 한 형태인 양수 발전소로 전환하는 게 있고요. 그다음에 수소 전소 발전소. 또 암모니아를 섞어서 태우는 암모니아 혼소 발전소로의 전환도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해서 수소 암모니아 발전 비중이 2038년에 6.2%로 늘어난다는 게 정부 목표예요. 그래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그다음에 수소 암모니아 발전까지 포함 무탄소 에너지 비중을 70.7%로 늘린다는 게 이번 11차 전기본에서 눈에 띄는 목표입니다.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최서윤> 재생에너지도 설명을 드릴게요. 아무래도 기존에 가장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게 태양광이잖아요. 태양광은 2038년에도 절대적인 공급량은 가장 많아요.
재생에너지 전체 공급량 122GW 중에서 77GW 정도가 태양광이 될 전망입니다.
여기서
풍력이 그다음에 40.7GW를 담당해서 두 번째로 많은데요. 또 우리가 지금부터 해상풍력 같은 투자 많이 늘려서 목표 달성하겠다, 이게 이번 11차 전기본의 목표입니다. 지난주에 소개해 드린 해상풍력 특별법 통과된 것도 이거랑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홍종호> 맞아요. 아무래도 재생에너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여기서 우리나라 현재 풍력은 육상 풍력 규모가 한 2GW 정도고 해상 풍력은 200MW 정도 됩니다. 해상 풍력 목표가 14.3GW면 현재 200MW에서 어마어마하게 커지는 거예요. 굉장히 쉽지 않은 목표임이 분명한데 아직 너무나 미미하니까 열심히 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것은 저는 의미가 상당히 있다 이런 생각은 드네요.
◇ 최서윤> 네. 그리고 드디어 원전입니다.
이번 수급 계획에 따라 그동안 말이 많이 나왔던 소형 모듈 원전 SMR 1기가 2035년에서 2036년 사이에 신규 진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2037년에서 2038년 사이에는 대형 원전 2기가 추가 가동됩니다. 그러니까 총 3기의 신규 원전이 건설되는 거예요.그래서 이 때문에 앞으로 신규 원전 어디에 지어질지 이게 앞으로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입니다. 과거에 한 번 원전 건설 추진하다가 취소된 곳이 있어요.
경북 영덕 천지 1, 2호기 그다음에 강원 삼척 대진 1, 2호기 부지가 후보지로 거론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신규 원전 건설을 앞두고 한 번 더 진통을 겪게 될 수 있다는 거겠죠. 작년에 신한울 3, 4호기 착공 허가 난 게 지금 8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허가 이루어진 거였거든요. 이번에 다시 원전 건설 추진하려면 우리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크게 한번 불거졌었죠. 안전성과 위험성 문제 있고요. 또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이런 그동안 우리가 미뤄뒀던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해야 되는 겁니다.
이르면 앞으로 두 달 안에 이 원전이 하나의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2주 정도 뒤에 헌재 심판 나오고 나면 우리가 대선 레이스가 바로 시작되잖아요. 그때 각 후보들 공약 살펴볼 필요 있을 것 같습니다.
◆ 홍종호> 물론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이 참 차분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또 앞으로 다음 정부가 들어섰을 때 아주 중요한 이런 정책 이슈가 되기 때문에 이 문제를 깊이, 차분하게 저는 봐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몇 가지 팩트만 원전 관련해서 드리면 현재 우리나라가 25기의 원전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동률을 최대한 높여서 현재 32%의 전력 공급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 대한민국
남한의 전체 국토 면적 대비 발전 설비를 따져보면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 1등이에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홍종호> 제가 어디 대중 강연에서 여쭤보면 글쎄요. 한 2, 3위 되나요? 5등 안에 드나요? 하는데, 우리가 국토 면적에 비해서는 정말 많은 원전이 우리나라 곳곳에 설치돼 있다. 수도권에 없다보니 우리 국민들이 잘 체감이 안 되세요. 그런데 남쪽 가면 굉장히 많이 있고요. 원전이 많다고 하는 프랑스나 일본, 미국이 숫자는 많을지 모르지만 국토는 훨씬 넓기 때문에 국토 면적 대비는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1위입니다.
현재 착공된 게 늘어나면 몇 년 내에 30기까지 갑니다. 그러니까 안 그래도 지금 굉장히 포화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거기다 지금 추가 2기 말씀하셨잖아요. 물론 그 사이에 수명 도래하는 원전들이 있습니다만.
저는 이런 식의 원전의 공급이 과연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국토가 또 우리나라의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인가, 너무 포화된 상태 아닌가 이런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게 돼요. 대안이 없다면 해야죠. 그런데 이미 알다시피 전 세계에서 육상 풍력과 태양광이 그 어떤 발전원보다도 제일 싸고 쉽게 공급하고 빠르게 짓고 빠르게 연결해서 전력 공급할 수 있고 장점이 많은 거예요. 기술은 계속 더 좋아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미 30기까지 갈 것으로 예정돼 있는 원전에 대해서 이걸 더 붙이고 SMR은 말은 많았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된 것도 없고요. 2036년이면 앞으로 10년 이후 아니에요. 이것도 얼마나 쌀지 모르겠는 게 세계적으로 원전 규모를 줄이니까 아무래도 규모의 경제가 줄잖아요. 그러면 단가는 올라갈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좀 더 차분하게 이런 팩트들을 우리 국민들께서 스스로 검증도 해보시고 토론도 해보시고 그래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느 쪽으로 가면 좋겠다 가야 되겠다. 이 기후위기 시대에 그런 생각을 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마음이 많이 있습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공존? 과연 가능한가
◇ 최서윤> 제가 몇 가지만 질문을 드려볼게요. 왜냐하면 저도 너무 궁금했던 것들이 있어요. 교수님께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해서 기후변화 대응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에너지원이라고 해서 중요성을 강조해 오신 거잖아요. 정부의 설명에 의하면 원전도 무탄소 에너지인데 원전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 약점이 있나요? 아니면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라고 보시는 것인지 좀 궁금합니다.
◆ 홍종호> 글쎄요. 저는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경제 성장 사회에서 원전의 역할이 굉장히 과거에 중요했고 현재도 일정 정도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 이런 생각은 늘 갖고 있어요. 그러나 원전에 사용 연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미 다 소진된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가 계속 큰 문제로 남지 않습니까? 지금은 다 원전 부지에다 임시 저장을 하고 있는데요. 어딘가는 이걸 묻어야 되는데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는 누가 자기 발 밑에 이걸 묻는 거를 좋아하겠습니까?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홍종호> 참 어려운 문제예요.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이 사회 갈등이 아주 불을 보듯 일어날 것이 참 명약관화하고요. 그런데 원전 소비를 자꾸만 해서 이러한 사용후핵연료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연 우리 국민들에게, 또 우리 후손들에게 좋은 걸까. 이런 포인트를 하나 말씀드리고 싶고요.
또 원전은 안전 설비가 굉장히 중요하죠. 안전해야만 되죠. 그렇지만 또 그게 완전치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가끔 큰 사고든 사고가 나면 이건 대형 사고, 재앙이잖아요. 삼중수소 같은 인체에 해로운 것들도 자꾸만 일부 나오고요. 이런 문제들이 원전 지역에서는 있기 때문에 이게 친환경이라고 얘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탄소 배출을 안 하는 것일 뿐 그 외에 안전 문제. 또 안전 설비를 강화하면 강화할수록 단가는 올라가게 되죠. 이 설비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이 올라가고 굳이 그렇게 할 바에는 이미 싼, 빠르게 짓을 수 있는, 그리고 부작용이 적은 재생에너지가 있고 인류가 이런 기술을 개발했는데 왜 굳이 이걸 안 쓰고 기존에 했던 걸 계속 써야 할까.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그렇게 설득력은 없어 보여요. 이미 원전이 없으면 모를까, 충분히 너무 많이 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 최서윤> 그럼 또 궁금했던 게, 유럽연합에서 탈탄소 과정 목표 짜는 거 보면 LNG하고 원전을 과도기적 대안으로 활용을 하고 있잖아요. 그럼 우리도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충분히 낮아지고 관련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원전을 과도기에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 홍종호> 글쎄요. 원전 업계에 계신 전문가들이 '원전은 과도기적 전원이다' 라고만 생각해도 어마어마한 변화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원전 업계에 계신 분들은 '원전 없이는 우리나라의 원활한 전력 수급은 불가능하다', '원전이 가장 중요해' 이런 생각이 많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원전 업계가 잘 돌아가고 계속 투자가 일어나고 이런 것들이 너무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굉장히 강하게 고수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원전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원전의 역할과 기능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태양광 설비가 최고로 가동되는 오후 3시, 그때는 전력 소비도 늘 거 아니에요. 따뜻하고 더우니까. 여름엔 그렇겠죠. 그러나 봄 가을에는 특별히 날씨가 온화하니까 안 쓰죠. 냉난방 안 쓰잖아요. 이럴 때는 기존 발전설비의 전력 공급이 확 줄어드는 거예요. 재생에너지가 있으니까. 게다가 바람도 잘 분다면 얼마나 전력 공급이 잘 되겠어요
그런데 밤이 되면 태양광이 더 이상 돌아가질 않잖아요. 그러면 기존 발전 설비가 전력을 공급해 줘야 돼요. 그러니까 무슨 얘기냐 하면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기존 발전 설비가 유연하게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능을 해줘야 되는 거예요. 근데 이게 알다시피 원전은 규모도 크고, 껐다 켰다도 원활하지 않아요.
◇ 최서윤> 한 번 가동하면 풀 가동을 하고 해야 되고.
◆ 홍종호> 보통 가스 발전이 이런 걸 좀 잘 해준다고 평가를 받아요. 물론 탄소는 좀 나오지만. 그런데 원전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게 잘 안 된다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죠.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ESS나 양수 발전 이런 걸 통해서 전력이 오르락내리락 할 때 잘 메워주자라는 건데, 과연 이 역할을 원전이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 큰 물음표가 있죠.
그래서 지금도 이미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율이 그렇게 낮아도 봄에는 종종 재생에너지 쪽에서 나온 전기를 끊는 일이 벌어져요. 더 이상 공급하지 마라. 그러면 사업자들은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돈도 못 벌고.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으니 굉장히 세심한 정부 차원의 평가와 방향 설정이 필요합니다. 그냥 둘이 약간 조화를 잘 이루겠지? 한쪽에 35, 한쪽에 30 이렇게 잘 가보자 이런 게 말만큼 간단한 게 아닙니다. 여기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고요.
오랜만에 말을 많이 했네요. 오늘 질문을 하셔서. (웃음) 앞으로 또 기회가 되면 이런 얘기를 좀 더 우리 시청자분들께 좀 잘 전달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