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근 전북도의원. 남승현 기자'사업 청탁 의혹'이 불거진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박용근 의원(더불어민주당·장수)이 담당 공무원에게 '자료 요구와 예산 삭감'을 직접 언급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인데도 '적극적 의정활동'이라는 박 의원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근 도의원은 19일 전북도의회 기자단 간담회를 자청한 자리에서 "(공무원에게)자료요구와 관련 예산을 깎겠다고 한 말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자신은 예결위원도 아니다"라며 관련 의혹을 사실상 부인한 박 의원의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박 도의원은 다만 "방대하지 않은 꼭 필요한 자료만 요청하지", "도민의 혈세이기 때문에 태양광 관련(효과가 없는 사업)이 28억 원이면 깎아야 되겠죠"라고 말하며 요청한 자료의 범위·예산의 항목에 대해서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부연 설명했다.
박 의원은 "30억의 3자도 꺼낸 바가 없다"고 했는데, "미팅 이후에 도청 견적이 23억 원이라고 설명해 비로소 인지하게 된 것"이라고 적힌 해당 업체 직원이 쓴 '사실확인서'를 제시했다. "30억 사업 청탁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던 박 의원이 사업 예산이 30억 원이 아닌 23억 원이고, 도청 견적을 통해 이후에 알았다는 점을 해명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박 의원이 속하지도 않은 상임위 소관 도청 담당 부서에 특정 업체 직원과 만남을 주선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업체 직원은 "지난해 9월 지사장의 소개로 도청 회계과 주무관을 처음 만나 시스템을 소개했고, 지난해 11월 대표 소개로 박용근 의원을 만났다. 이후 박용근 의원이 '회계과장이 본인 사무실에서 설명을 하겠다'고 해 저에게 참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용근 의원은 '해당 업체와 이해관계'를 묻는 말에 "그런 건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의원이 되기 전에 산자부에서 근무한 바가 있어서 에너지 관리공단 쪽에서 저한테 가끔 연락이 온다. 소관 상임위는 아니지만 도의원들은 도에 관련된 전반적인 건 할 수는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도 "관련된 공무원들도 똑같은 말이라도 듣는 각도에 따라서 다를 수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드린다"며 "선처를 부탁하고 앞으로 겸손하게 의정활동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도청 직원은 지난해 박용근 도의원과 함께 동석한 업체 직원으로부터 30억 원대 '청사 에너지절감시스템(전기 원격제어)' 사업 검토를 몇 차례 제안받은 것으로 파악돼 '청탁 의혹'이 불거졌다. 박 의원은 공무원들에게 "연간 청사 전기요금이 15억 원 정도 되는데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국비 지원사업에 선정될 경우 무료 설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청 담당 직원은 검토를 거쳐 "시스템이 검증되지 않았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고 의원에게 보고했다. 이후 박 의원으로부터 '예산 삭감과 자료제출 요구' 발언을 듣고, 재차 사업 검토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도청 직원은 "당시는 (도의원의) 정확한 의중을 몰랐었다"고 답하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도의회 윤리자문위원회는 지난 18일 박 의원에 대해 '윤리특별위원회 회부'를 권고했다. 사실 관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도의장은 조만간 본회의 보고·상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민주당 중앙당 윤리감찰단도 현장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