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연합뉴스'12·3 내란사태'를 물밑에서 기획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과 법조인, 연예인 등 500여명을 체포하려 한 계획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폭발물 사용" "확인 사살"등 살해 계획으로 추정되는 문구가 담겼으며, 북한 도발을 통해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듯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재명·문재인…차범근까지 '수거' 대상
14일 한겨레 보도 등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수첩에 알파벳으로 등급을 나눠 '수거', 즉 사살 대상을 나눴다. A급 수거 대상자에는 이 대표, 문 전 대통령,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담겼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갈등이 있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2023년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유창훈 판사도 담겼다.
"대령→해병수사단장"도 적혔는데 '채상병 사건' 수사단장을 맡았다가 항명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방송인 김어준 씨를 비롯해 유시민 작가, 김제동 씨, 축구선수 출신인 차범근 전 감독 등 연예계 인사들도 '좌파'로 지목돼 이름이 기재됐다.
노 전 사령관은 "500여 명 수집"이라고 메모했고, 계엄 이후 순차적으로 주요 인물들을 체포해 감금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민주당 제공·박종민 기자"확인 사살 필요"…北 이용 계획도
이들을 감금하고 사살을 계획한 구체적인 정황도 수첩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A급으로 분류한 이들을 연평도와 제주도로 보내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이송 중 사고" "폭발물 사용" "확인 사살 필요" 등 살해계획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북한과 접촉하려는 듯한 계획도 있었다. "북과 접촉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이고 접촉 시 보안 대책은" 같은 문구가 발견됐다.
또 "외부 용역업체에서 어뢰공격", "NLL 인근에서 북 공격을 유도" 등 북한을 도발해 전시상황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도 있었다.
이밖에도 계엄 이후 구상 방안도 적혔다. "3선 집권 구상 방안" "법 개정" 등이 적혔는데,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임기를 연임이 가능하도록 개정하려는 듯한 내용 등이다.
이른바 '햄버거 회동'을 하며 계엄을 모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김용군 예비역 대령은 지난 6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지난해 계엄 선포를 앞두고 경기 안산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구삼회 2기갑여단장, 방정환 국방부 혁신기획관과 만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를 맡을 '제2수사단' 구성을 논의하는 등 계엄을 사전에 준비하고 모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노 전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임에도 지난해 9월부터 계엄 당일까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관을 방문하고, 계엄 이후에도 계엄군들에게 연락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입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