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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매입 외엔 전혀"…공동묘지로 쫓겨난 이들, 50년 만에 터전 찾았지만

전북

    "토지매입 외엔 전혀"…공동묘지로 쫓겨난 이들, 50년 만에 터전 찾았지만

    피해주민, "화전민 아닌데 강제 이주"
    공동묘지 위에 일군 개미마을
    김제시 소유 공유지 취득 합의
    오폐수 처리시설·편의시설·소득사업 '난항'
    주민들 "이제 시작…50년 전과 다를 바 없어"
    김제시, "주민요구 이행 위해 끝까지 노력"

    무덤 사이에서 가마니와 거적 등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해 피난민처럼 생활한 개미마을 주민들. 주민대표 김창수(80)씨 제공 무덤 사이에서 가마니와 거적 등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해 피난민처럼 생활한 개미마을 주민들. 주민대표 김창수(80)씨 제공 
    50년 전 전북 김제에서 공동묘지로 강제 이주당한 개미마을 주민들이 김제시 소유의 공유지를 취득하도록 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주민들이 함께 요구했던 상하수도 정비와 경로당·마을회관 설치 등 주거 환경 개선 사업들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주민들은 "이제 시작이나 마찬가지"라며 "주민들의 생활은 지금도 열악하다. 주민 편의시설 등도 설치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민원인과 김제시장 사이에서 서면조정을 진행해 시 소유의 공유지를 점유해 사용하고 있는 개미마을 주민들에게 해당 토지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12일 밝혔다.
     
    국민권익위 조정안에 따르면 김제시는 개미마을 주민의 점·사용 공유지 중 1000만 원 미만 토지는 개별공시지가로, 1000만 원 이상 토지는 감정평가금액으로 매각하되, 산출된 금액에서 30%를 감액해 매각하기로 했다. 이는 주민들이 오랫동안 점유해 온 토지의 소유권을 합법적으로 인정받게 되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개미마을 주민들은 여러 요구사항 중 토지매입 외에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쉬움을 토로했다.
     
    앞서, 지난 1월 결렬된 조정안에는 전북도와 김제시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마을 길 확장과 오폐수 처리 시설 설치, 경로당·마을회관 설치, 노후주택 개량 사업을 실시하고, 주민소득지원 사업 비용의 일부 부담이 담겼다. 또 주거환경 개선 공모사업 선정 시 개미마을 우선 선정도 있었다. 산림청은 도시녹화사업 실시, 화전민 관련 자료 제공, 임산물 보관창고 신축 지원 등을 요구받았다.

    당시 전북도가 전체 비용의 80%(김제시 20%)를 부담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 조정안은 성립되지 않았다. 산림청 또한 이 사건은 전북도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주민 대표 김창수(80)씨는 "50년 가까이 이곳에서 살았지만 주민들의 생활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마을에 기록관을 2층으로 지어 아래층은 주민 공동시설로, 위층은 화전정리 사업의 역사를 보존하는 기록관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목욕탕과 경로당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976년 김제군 성덕면 공동묘지로 쫓겨난 주민들이 흙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고 있다. 주민대표 김창수씨 제공1976년 김제군 성덕면 공동묘지로 쫓겨난 주민들이 흙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고 있다. 주민대표 김창수씨 제공 개미마을 주민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민 소득사업과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새만금 간척지 일부를 분양받아 마을 공동 소득사업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씨는 "섬진강 수몰민들에게 개화 간척지를 무상으로 제공한 선례가 있다"며 새만금 간척지 분양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권익위는 "이번 조정으로 김제 개미마을 주민들은 억울함이 다소 풀렸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김제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전북도와 권익위, 산림청을 계속해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피해주민들이 배·보상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1976년 당시, 김제시 금산면 금동마을 32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화전민으로 분류돼 성덕면의 공동묘지로 강제 이주당했다. 주민들은 "마을의 역사가 100년이 넘고 화전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무덤 사이에서 가마니로 움막을 짓고 살았으며, 생존을 위해 구걸도 해야 했다. 주민들은 공동묘지 위에서도 열심히 살아보자며 스스로를 '개미'라 부르며 개미마을을 일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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