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제품군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철강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다만 멕시코·캐나다에 관세 부과를 엄포 후 시행 직전 유예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철강 관세 부과 역시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와 정부는 지나치게 부정적인 전망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韓 철강 긴장감
트럼프 미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부터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멕시코·캐나다와 중국 등 특정 국가를 상대로 부과를 예고했던 것과 달리 철강·알루미늄 제품군에 대해서 세계 모든 나라에 동시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번 조치가 현실화되면 한국도 미국발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들어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도 긴급 비상점검회의를 하는 등 대응에 들어갔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예고 직후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노벨리스코리아 등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와 긴급 회의를 열었다.
박 차관보는 "정부는 주미 공관을 비롯해 동원 가능한 모든 네트워크를 총력 가동해 구체적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향후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업계와 긴밀히 공조해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건 무역확장법 232조 재발동이다. 232조는 미국이 자국의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판단되면 모든 수입 철강재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기 집권 당시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매겼는데 당시 한국은 협상을 거쳐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관세 부과 대신 수입쿼터제(물량할당제)를 도입했다.
연평균 대미 철강수출량의 70%를 수출물량으로 정하면서 현재 263만t까지 무관세 쿼터(할당량)를 적용 받고 있는데, 이 비율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의 글로벌 철강 무역 모니터링 결과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의 대(對)한국 철강재 수입량은 2015년 440만t, 2016년 350만t, 2017년 340만t에 이르렀지만 쿼터제 영향으로 2018년 250만t으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은 약 14%를 차지하는데 쿼터제 비율이 축소되거나 관세 부과 등이 이뤄질 경우 한국의 철강재 수출량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업계 "구체적 내용 파악부터"…쿼터국도 25% 일괄 관세시 출혈 예
연합뉴스국내 철강 업계는 구체적인 내용 파악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25%'라는 숫자 외에 과세 적용 대상과 방식 등은 아직 베일에 싸여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럼프의 관세 부과 대상이 어디인지,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 밝혀지지 않아 업계에서도 구체적인 내용 파악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 정부는) 앞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다가 30일 이를 유예했었다"며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25% 관세를 일괄 적용할 가능성은 많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관측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도 "수입 철강 전체에 대해 25% 관세를 일괄 적용한다고 해도 그에 따라 위축되는 수요를 미국 철강 업계가 모두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부과가) 실제 적용되는 과정에선 (발표되었던 내용과 달리)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무관세 쿼터국'인 한국에도 25% 과세가 일괄 적용될 경우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 여파로 대미 수출량이 급감했다.
업계에선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현대제철과 포스코홀딩스는 미국 현지에 제철소를 건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미국 제철소 설립을) 지금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다"며 "투자 의사 결정이 나오면 외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고, 포스코그룹도 미국 현지 진출 방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