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답변을 들은 뒤 발언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최상목 쪽지도, 끌어내라한 것도 '나는 아니다' 탄핵 변론한 尹 ②尹 측, 탄핵심판서 "대통령, 고립된 약자…난도질당해" 주장 ③왜 대통령 탄핵심판을 먼저 하냐고요?[법정B컷] ④尹 불출석에 탄핵심판 4분 만에 종료…재판관 기피신청 기각 ⑤심판정 들어온 8명의 재판관, 尹 재판 방해 '칼차단' ⑥尹측 "평화 계엄" 궤변에 "반드시 파면해야"…탄핵심판 본격 설전 ⑦尹 "인권유린" 반발에 "변경 안해"…헌재, 탄핵심판 속도 ⑧尹 탄핵심판서 드러난 '그들만의 망상, 그들만의 세상'[법정B컷] ⑨최상목 쪽지도, 끌어내라한 것도 '나는 아니다' 탄핵 변론한 尹 ⑩탄핵심판 '물타기' 나선 尹…부정선거 의혹 재탕 ⑪대면한 尹·김용현…'실패한 계엄 아냐' 통했지만, 엇갈린 진술 ⑫'웃으며' 벌인 계엄? 꿰맞춰지지 않는 퍼즐 ⑬홍장원 "국민에 사과 건의했지만"…눈 감고 고개 돌린 尹 ⑭곽종근 나오자 달라진 尹 태도…쏘아보며 "가능한 얘기냐" 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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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6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오자 움직임이 커졌다. 이틀 전 군 장성들이 나올 때도, 이날 오전 김현태 707특임단장이 증인석에 오를 때도 윤 대통령은 대체로 눈을 감고 있었지만, 곽 전 사령관 증언을 듣는 태도는 달랐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 증인 신문이 끝나고 발언 기회를 청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현태 707특임단장의 증언이 이어질 땐 직접 발언하지 않았고,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신문받을 때는 아예 심판정을 떠나 대기실에 간 것과 비교된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0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6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빨간 넥타이를 매고 피청구인석에 앉은 윤 대통령은 두 시간 넘게 이어진 곽 전 사령관 증언에 집중했다. 연필로 무언가를 적고 신문 중인 대리인단에 건네기도 했다. 대통령의 쪽지가 전해지자, 대리인단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불리한 발언을 내놓는 곽 전 사령관을 응시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과의 두 번째 통화에서 "의결 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거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재차 증언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윤 대통령이 당시 데리고 나오라고 지시한 대상이 국회의원이 맞냐'라는 국회 대리인단의 질문에 "정확히 맞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곽 전 사령관 '증언 흔들기'에 나섰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6일 '김병주TV'에 출연해 대통령과의 통화가 한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나흘 뒤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와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해당 진술을 유지하다 오후 들어 통화가 두 차례 있었다고 새롭게 증언했다. 대통령으로부터 세 번 전화가 왔고, 그중 두 차례만 통화가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점을 파고들어 '진술이 오염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10일 점심 무렵 곽 전 사령관과 김현태 단장,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함께 만났고, 그 자리에서 회유당했다는 주장이다. 또 국회 출석 하루 전인 12월 9일 검찰에 제출한 곽 전 사령관의 자수서와 국회 출석 당시 진술 내용을 따지며 "'사람'이 '인원'으로, '데리고 나와라'가 '끄집어내라' 등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곽 전 사령관은 2차 통화 내용이 어떤 영향력 미칠지 우려돼 차마 말할 수 없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자수서에 '열고 들어가라. 데리고 나가라'고 적은 이유는 33년간 군 생활을 하면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고 차마 쓸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용어를 순화해서 쓴 것이지 진술 번복이 아니라는 취지다.
야당에 회유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스스로 판단한 결과"라며 "(통화 사실을) 감추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 증인으로 나온 김현태 707특임단장도 곽 전 사령관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 측이 "박범계 의원과 곽 전 사령관이 과거부터 친분이 있었다는 것 알았느냐"고 질문을 던졌지만, 김 단장은 "몰랐다. 서로 처음 만나는 느낌이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측은 '끌어내라는 지시'를 대통령이 내릴 만큼 병력이 국회에 충분히 진입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논리를 폈다. 윤 대통령 측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려면 거센 저항이 있을 텐데 의원 190명과 보좌관을 15명을 끌어내는 게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저는 지금도 그 인원들에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707특임단이 정말 절제하고 참고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정예 병력 군인들의 보수적인 임무 수행으로 큰 충돌을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곽 전 사령관 증인신문 말미에 윤 대통령이 발언 기회를 얻었다. 대통령은 돌연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곽 전 사령관에게서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장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했다. 나아가 "(곽 전 사령관이) 인원이라고 얘기를 했다는데 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재차 부인했다. 나아가 "다짜고짜 전화해서 의결정족수 안 되게 막아라, 끄집어내라, 이런 지시가 공직사회에서 상하 간에 가능한 얘기인가"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날 오전에 증인으로 나온 김 단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회에 출동해 곽 전 사령관과 통화한 내용을 증언했다. 그는 곽 전 사령관이 오전 0시 36분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는데 들어갈 수 없겠냐는 식으로, 강한 어조는 아니고 부드러운, 사정하는 느낌으로 말했다"고 했다. 자신은 "안 된다, 더 이상 못 들어간다고 답변하고 끝냈다"고 답했다. 당시에는 국회의원을 가리키는 숫자라고 짐작하지 못했다는 게 김 단장의 증언이다.
그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그런 지시가 없었고 제가 기억하기에는 있었다고 한들 안 됐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9일 기자회견에서 태도와는 상반된다. 당시 김 단장은 "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뉘앙스였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 당시에는 "국회에 가기만 해도 처벌을 받는다고 인지하고 '계엄 상황이더라도 국회는 가면 안 되는구나', '부대원들까지 처벌받을 수 있겠구나' 생각해 책임진단 생각으로 했다"고 했다.
다만, 김 단장은 최근에는 "많은 정보를 받고 있다"며 "국회에 임무를 받고 가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고, 의정활동을 방해했을 때 문제가 된다고 이해한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날 증인석에 선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일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른바 '최상목 쪽지'를 준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