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집어내라" 명령에 고심한 군인, "공작"이라는 통수권자 尹
▶ 글 싣는 순서 ①최상목 쪽지도, 끌어내라한 것도 '나는 아니다' 탄핵 변론한 尹
②尹 측, 탄핵심판서 "대통령, 고립된 약자…난도질당해" 주장
③왜 대통령 탄핵심판을 먼저 하냐고요?[법정B컷]
④尹 불출석에 탄핵심판 4분 만에 종료…재판관 기피신청 기각
⑤심판정 들어온 8명의 재판관, 尹 재판 방해 '칼차단'
⑥尹측 "평화 계엄" 궤변에 "반드시 파면해야"…탄핵심판 본격 설전
⑦尹 "인권유린" 반발에 "변경 안해"…헌재, 탄핵심판 속도
⑧尹 탄핵심판서 드러난 '그들만의 망상, 그들만의 세상'[법정B컷]
⑨최상목 쪽지도, 끌어내라한 것도 '나는 아니다' 탄핵 변론한 尹
⑩탄핵심판 '물타기' 나선 尹…부정선거 의혹 재탕
⑪대면한 尹·김용현…'실패한 계엄 아냐' 통했지만, 엇갈린 진술
⑫'웃으며' 벌인 계엄? 꿰맞춰지지 않는 퍼즐
⑬홍장원 "국민에 사과 건의했지만"…눈 감고 고개 돌린 尹
⑭곽종근 나오자 달라진 尹 태도…쏘아보며 "가능한 얘기냐" 목청
⑮"끄집어내라" 명령에 고심한 군인, "공작"이라는 통수권자 尹
(계속)
12·3 내란사태 현장에서 호흡을 맞춘 군 사령관과 직속 지휘관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그날 밤 각자가 진 책임의 무게와 이를 평가받을 형사재판 전략에 따라 한때 '원팀'이었던 이들이 다른 길을 가게 됐지만, 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게 "공작"이라고 모른 체 했다.
명확히 기억하는 尹의 말 "의결정족수, 국회 문 부수고, 끄집어내"헌법재판소는 전날(6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을 증인으로 불렀다. 곽 전 사령관은 국회 증언대에서 줄곧 윤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유지해 주목받은 증인이다.
윤 대통령 측과 여권에선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이 야권의 입김으로 조금씩 바뀌고 오염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정형식 재판관은 곽 전 사령관에게 "증인의 생각이나 해석 말고 (12·3 당일) 들은 것만 묻겠다"고 사실 추출에 나섰다.
그 결과 곽 전 사령관이 "대통령님이 말씀하신 워딩이 딱 그 세줄"이라며 밝힌 윤 대통령의 말은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것이었다.
기억 상 대통령이 사용한 표현은 '인원'이지만 곽 전 사령관은 "(인원이 가리키는 건) 정확히 국회의원"이라고 자신이 받아들인 지시에 대해 확언했다. 본회의장 안에 국회의장과 의원들이 모여드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고 있었던 상황에서 걸려온 전화였기 때문이다.
또 특임대원들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시점은 0시 33~34분으로 대통령 통화 이후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의원'이 아닌 '(군) 요원'을 빼내라 한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시간상 앞뒤가 안 맞는 변명이 됐다.
"계엄이라도 국회 병력 투입은 잘못" 자백한 사령관이번 증인신문에서 곽 전 사령관은 12·3 당일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두려워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 시에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것은 상관의 명령에 따른 적법한 행위 아니냐'고 묻자 "당시 적합성 여부를 평가할 겨를이 없었는데, 투입된 것 자체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0시 20분 "끄집어내라"는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후 급한 마음에 '테이저건·공포탄이라도 쏴야하나' '전기라도 끊어야 하나' 생각하며 국회 현장에 투입된 김현태 707특임단장에게 전화했고, 함께 있던 참모와 상의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주장처럼 테이저건·공포탄·전기차단 지시는 그들의 입이 아닌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나온 것이 맞지만, 그만큼 상부로부터 긴박한 지시를 받았다는 점을 드러내는 증언이 됐다.
김형두 재판관도 "대통령에게 (끄집어내라)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증인이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지 않냐"고 물었고, 곽 전 사령관은 "(전화를 받고) 저기를 어떻게 뚫고 들어가야 하나 생각이 돌아가다 보니 (공포탄 등이) 가능하냐 물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호소용' '경고성 계엄'이라며 이번 사안을 무마하려 하고 있지만, 군 통수권자의 한 마디가 훈련된 군인들을 통해 순식간에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은 (불법) 아니라 생각" 입장 바꾼 지휘관
반면 곽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국회에 침투한 후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던 김현태 단장은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와 다소 진술을 바꿨다. 그가 명확히 들어 기억한다는 12·3 당일 상부의 지시 내용은 유지됐지만, 그 지시에 대해 지휘관으로서 스스로 해석했던 부분에 대해선 말을 달리했다.
김 단장은 지난해 12월 9일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들이 모이고 있단다.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단다. 막아라. 안되면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냐. 이런 뉘앙스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날 증언대에선 "'150명 넘으면 안 된다는데'라고 사정하는 듯, 들어갈 수 있겠냐"라고 들은 것이 전부라고 했다. '국회의원'이나 '끌어내라'는 단어는 당시 듣지 못했다고 했다.
또 12월 기자회견에선 "인원을 포박할 수 있는 케이블 타이 이런 것들을 잘 챙기라고 강조했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지만, 전날 탄핵심판에선 "(케이블타이는) 문을 봉쇄할 목적"이라며 "사람은 전혀 아니"라고 부인했다.
특히 김 단장은 곽 전 사령관이 계엄 당시 군 투입이 불법적이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과도 입장이 달랐다. 윤 대통령 측이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출동한 게 불법은 아니지 않냐"고 묻자 "지금은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달라진 인식을 드러냈다.
김 단장은 최근에는 "많은 정보를 받고 있다"며 "국회에 임무를 받고 가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고, 의정활동을 방해했을 때 문제가 된다고 이해한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의 경우 구속기소돼 재판이 막 시작된 상태로 혐의 인정 후 정상참작을 향해 가는 반면, 검찰 조사 단계인 김 단장은 무죄 주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술에 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장원 공작, 곽종근 내란 프레임" 군 통수권자는 뻔뻔
비상계엄에 휘말린 군인들이 검·경 등 수사기관과 국회, 헌재, 법원 등에서 살 길을 찾으려 골몰하는 가운데, 정작 비상계엄을 주도한 군 통수권자는 떳떳하게 목청을 키웠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이 증언을 마친 후 "그제 (탄핵심판 증언) 상황과 오늘 상황을 보니 12월 6일 홍장원(전 국정원 1차장)의 공작과 특전사령관(곽종근)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바로 이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2월 6일부터 공작이 시작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조직생활, 공직생활을 하는 사람이 '(지시가) 부당하다' '(국회 인원 빼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말 한마디를 안 했다는 것은 도무지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곽 전 사령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듣고 부당하거나 이행하기 어렵다면, 즉시 자신에게 말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그렇지 않았으니 끌어내라는 지시 자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박춘섭 경제수석의 증언을 통해 곽 전 사령관이 왜 윤 대통령의 지시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공포탄까지 고려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예산안 감액 때문에 (야당을) 반국가세력이라고까지 했는데 대통령과 (타개 방법을) 소통해왔나, 토론은 안했나"라는 국회 측 질의에 박 수석은 "감액 내용을 보고만 했다"며 토론은 없었다고 밝혔다.
2025.02.0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