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공수처는 혐의 입증의 핵심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포고령 1호 작성과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및 국회의원 체포 지시에 모두 윤 대통령이 관여됐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2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해 달라고 요구하는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윤 대통령을 체포한 지 8일 만이다.
공수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군 사령관들과 공모해 국가폭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해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또 경찰 국회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시키는 등 직권을 남용해 국회의원들의 계엄해제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수처는 69권, 쪽수로는 3만 페이지가 넘는 수사기록을 통해 윤 대통령의 내란수괴 혐의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수처는 내란수괴 혐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포고령 1호 작성과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지시를 모두 윤 대통령이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또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의원들을 체포하라는 지시도 했다고 결론 내렸다.
공수처는 군 관계자 등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투입하려 했던 병력과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받았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피의자가 비상계엄에 얼마나 많은 병력을 투입하길 원했는지, 계엄 직후에 국회의원 체포와 또 다른 비상계엄을 언급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비상계엄 전에 만나서 모의한 증거도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비상계엄과 관련한 피의자들과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박종민 기자다만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구속한 이후 제대로 된 조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구속 기한만 속절없이 허비했다는 지적이다.
공수처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을 구속한 이후 20일부터 사흘 연속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변호인 접견권 행사 등을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고, 교정당국 역시 난색을 보여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에 와서 조사를 받는 게 어렵다면 구치소 내 마련된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자고 설득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라며 "구치소에도 조사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해서 구속 기한 만료 전에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 조서에 남은 '공란'이 실제 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관계자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피의자의 권리이지만, 진술거부권 행사가 불리한 양형 자료도 판단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우선 법원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한 연장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수처가 파악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구속기한 만료일은 오는 28일이다.
검찰은 사건기록을 검토해 윤 대통령을 상대로 비상계엄 선포 이유와 포고령 작성 및 선포 이후 지시 여부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