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계속해서 조사를 거부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급기야 강제구인까지 시도했지만, 윤 대통령 거부로 무산됐다.
공수처는 재강제구인 등을 포함한 조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윤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조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 공수처와 검찰이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 송부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공수처, 6시간 '강제구인' 시도…尹 측 거부로 '실패'
서울구치소 철수한 공수처. 연합뉴스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 오후 3시쯤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에 착수했다. 공수처 검사 2명이 직접 수사관들과 함께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대통령을 공수처 조사실로 데려오려고 시도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 조치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6시간에 걸친 공수처의 강제구인 시도는 윤 대통령 측의 완강한 조사 거부로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강제구인 시도와 관련해 "변호인들이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을 때 공수처 직원들이 불법으로 강제 구인하기 위해서 구치소에 들어왔다"며 "변호인들이 내일 탄핵심판 변론준비 등을 위해 (오후) 9시 반경까지 대통령을 계속 접견했고 공수처 직원들은 그 무렵까지 대기하다 철수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조사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구속영장의 효력에 따라 조사실로 강제구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법조계의 일반적인 견해지만, 정확히 규정한 법은 없다. 명확한 법규 없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인치 조치가 어려운 이유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여전히 경호처의 경호를 받고 있기도 하다.
공수처, 재강제구인 검토 입장에…尹, 탄핵심판 출석 '맞불'
박종민 기자공수처도 오후 9시쯤 인권보호규정에 따라 강제구인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피의자에 대해선 재강제구인 등을 포함한 형사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공수처가 향후 강제구인 등을 토대로 추가 조사를 벌인다고 하더라도 윤 대통령 측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대면조사 첫날 조사를 상당 부분 진행했다면서도 추가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전에 준비한 200여 쪽의 질문지도 아직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진술을 거부하거나 질문과 관계없는 윤 대통령의 답변을 피의자 신문조서에 담지 못해, 상당수의 답변란을 빈칸으로 남겨둔 상태다. 심지어 윤 대통령이 해당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아 향후 재판에서 효력도 불투명한 상태다.
게다가 윤 대통령 측은 전날 공수처가 강제구인을 중지한 직후 윤 대통령이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변론에 직접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 측은 가능하면 앞으로 열리는 헌재 탄핵심판 변론에 윤 대통령이 모두 출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제구인 등의 형사절차를 재차 시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출석하겠다고 맞불을 놓는 셈이어서 향후 조사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검찰, '사건 송부' 논의…송부 시점 '신경전'
이런 가운데 공수처와 검찰은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 송부를 놓고 논의에 착수했다. 대검찰청은 전날 공수처에 사건 송부 시점을 협의하자는 취지의 뜻을 전달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는 검찰에 사건을 송부하면서 '공소제기 요구'를 해야 한다. 문제는 송부 시점이다.
앞서 공수처와 검찰은 최장 20일인 구속기간 등을 고려해 열흘씩 나눠 조사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속기간 연장 여부에 따라 10일 혹은 20일로 제한된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 동안 어느 기관이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수사를 해야 하느냐를 두고 양 기관이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공수처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판단할 때 윤 대통령의 1차 구속기한은 오는 28일까지"라며 "10일을 더 연장해서 2차 구속기한은 2월 7일까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부시점 등에 대해 "검찰과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윤 대통령은 체포된 지난 15일부터 10일 동안 수감되는데, 공수처가 여기에 체포적부심과 구속 전 피의자심문 등을 위해 수사가 중단된 날을 더해 1차 구속기한을 오는 28일로 계산한 것이다. 또 법원의 허가를 받아 피의자의 구속기한을 최대 10일까지 늘릴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한다면 2차 구속기한을 다음 달인 2월 7일까지로 봐야한다는 게 공수처의 설명이다.
공수처, 합의대로 10일씩…검찰 "연장, 속단할 수 없어"
연합뉴스공수처와 검찰은 애초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절반씩 하자고 협의한 바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소 오는 28일까지는 윤 대통령 사건을 쥐고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의 셈법은 다르다. 일단 검찰은 윤 대통령의 구속시한을 10일 더 연장한 것으로 계산하는 판단은 매우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구속기한 연장은 법원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므로, 수사기관에서 속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구속기한 역시 공수처가 과도하게 편의적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속기한에서 체포적부심과 구속영장 청구·발부 과정의 시간은 제외되지만, 공수처처럼 '일(日)' 단위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계산법이다. 공수처와 비교할 때 보수적으로 윤 대통령의 구속시한을 따지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공수처의 입장에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대검 관계자는 "신병 구속에 관한 기한은 보수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며 "사전 협의도 없이 자신들의 입장을 언론에 전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검 관계자는 "만약 법원에서 구속기한 연장을 안 해주면, 검찰에서는 사건기록을 검토도 하지 말고 기소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