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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미키17', 노동자·정치 풍자 담은 인간적 SF"[현장EN:]

문화 일반

    봉준호 "'미키17', 노동자·정치 풍자 담은 인간적 SF"[현장EN:]

    핵심요약

    봉준호 감독, 첫 내한 로버트 패틴슨과 '미키17' 내한 기자간담회 참석
    동명 SF 소설 영화화…원작보다 10번 더 죽인 '미키17' 주인공 내세워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에서 보여줬던 정치 풍자 예고
    오는 2월 28일 전 세계 최초 한국 개봉

    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두렁에서 경운기 타고 형사가 등장하는 영화를 찍다가 이런 SF 영화를 찍으면 갭이 느껴지긴 한다."
     
    한껏 너스레를 떨며 돌아온 거장 봉준호 감독은 SF 대작 '미키17'을 두고 "발냄새 나는 인간적인 SF 영화"라고 정의했다. 장르적인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의 전작들처럼 계급·계층에 대한 사회적인 시각은 물론 정치 풍자에 유머까지 담아 '봉준호표 SF'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2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미키17'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은 영화에 관해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미키라는 평범하고, 힘없고,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라며 "흔히 우리가 말하는 SF 영화지만, 동시에 인간 냄새 물씬 나는 새로운 느낌의 SF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거창하게 계급 투쟁을 다룬다는 정치적인 깃발을 들고 있진 않지만, 미키가 얼마나 불쌍한지, 그 와중에 힘든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다루는 미키의 성장 영화 측면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외화 '미키 17' 예고편 화면 캡처외화 '미키 17' 예고편 화면 캡처
    당초 4월 18일 북미 개봉 예정이었던 '미키 17'은 일반 관객 대상으로 진행된 테스트 스크리닝의 좋은 반응과 호평에 힘입어 기존 개봉일보다 한 달 앞당긴 3월 7일 북미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의 원작인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장편소설 '미키7'은 죽더라도 끊임없이 전임자의 기억을 갖고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게 되는 미키의 일곱 번째 삶을 소재로 SF의 재미와 철학적 주제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원작이 미키를 7번 죽였다면, 봉준호 감독의 손길을 거친 영화 '미키17'에서는 미키를 무려 17번이나 죽음으로 내몬다.
     
    이에 관해 봉 감독은 "미키의 직업 자체가 죽는 직업이다. 반복적으로 죽어야 하고, 죽을 가능성이 높은 임무를 부여받고 계속 죽는 게 직업"이라며 "원작도 핵심 콘셉트가 '휴먼 프린팅'이다. 죽을 때마다 서류 뽑듯이 인간이 출력된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SF에서 봤던 복제인간과 상당히 다르고, 그 자체로 비인간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7번은 충분하지 않았다. 자기 직업인데 일상적으로 더 많은 죽음을 통해서 출장을 10번은 더 나가는 것"이라며 "그런 노동자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봉준호 감독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봉준호 감독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 감독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소심하고 멍청하고 불쌍한 미키17부터 예측 불가능하면서도 광기 어린 폭발을 드러내며 기괴한 카리스마를 뽐내는 미키18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인물로 처음부터 로버트 패틴슨을 생각했다. 다행히 그도 봉 감독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비롯해 '라이트 하우스' '테넷' '더 배트맨'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로버트 패틴슨은 이번 작품을 통해 봉준호 감독과 처음 만났다. 그는 "배우들은 사실 계속 한계에 도전하게 하고 새로운 걸 제시하는 감독과 일하고 싶다. 봉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그렇다"라며 "그동안 익숙했던 작업 스타일과 다른 봉 감독님의 현장은 일주일이 지나자 '이 현장 최고'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스스로 자유를 느꼈다"라고 극찬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낯설고 독특한 캐릭터에 도전한다. 로버트 패틴슨은 "스크립트 자체가 정말 재밌었다. 굉장히 빨리 읽을 수 있고 재밌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스크립트였다"라며 "그러나 실제로 정말 이면에 있는 것을 들여다보고, 미키가 왜 생겼는지 보자 바로 복잡해졌다. 그런데 여기에 유머도 녹아 있었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자신이 연기한 미키17에 관해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캐릭터"라고 자부하며 "자신감이 1도 없는 캐릭터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은 없다. 매일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삶을 다르게 살았어야 한다는 것을 17번이나 죽고 나서야 깨닫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로버트를 향해 봉 감독은 "1인 2역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서 생각이 복잡했을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미키17 캐릭터에 관해 "두려움이 많고, 정말 본인이 루저라고 느끼면서 흐르는 대로 둬버린다. 그러면 최악은 면할 수 있겠지 하며 지나간다"라며 "그래서 스스로를 해치고, 삶을 허비했는지 깨닫지 못한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런데 18이 등장한다. 미스 프린팅인데, 일종의 일란성 쌍둥이지만 18은 17의 잠재된 자아"라며 "머리에서만 나한테 이야기해 주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나와서 날 때리는 '또 다른 나'인 거다. 17로 하여금 강제로 이것보다 더 많은 역할 할 수 있다고 일깨워주는 무서운 형 같은 인물"이라고 했다.
     
    외화 '미키 17' 촬영 현장에서의 봉준호 감독과 다리우스 콘지 촬영 감독.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미키 17' 촬영 현장에서의 봉준호 감독과 다리우스 콘지 촬영 감독.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로버트 패틴슨의 이야기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는 건 부당한 노동 환경에 놓여 인간성을 위협받던 미키17이 미키18을 통해 각성하고, 자신의 현재와 정치 계급에 저항할 것이라는 점이다. 앞서 봉 감독의 말마따나 '살인의 추억' '괴물' '기생충' 등 그의 영화에는 계급과 계층 문제는 물론 정치적인 풍자까지 감독만의 사회적인 시선이 녹아 있다. '미키17' 역시 봉 감독의 영화인만큼 노동자 문제와 정치 풍자 요소를 담겼다.
     
    봉 감독은 "'괴물' '설국열차' '옥자' 그리고 '미키17'까지 내가 한 네 편의 SF 모두 정치 풍자를 담고 있다"라며 "인간 사회나 정치에 대해서 심각하게 또는 유머러스하게 마음껏 풍자할 수 있다는 게 SF의 매력"이라고 했다.
     
    노동자 계층을 대표하는 게 미키라면, 정치 계층을 대변하는 인물은 바로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예로니모 마샬이다. 봉 감독은 그를 두고 "평생 한 번도 악역을 해본 적 없다는 마크 러팔로가 새로운 유형의 독재자로 나온다"라며 "얼빵하고 귀여운 면도 있는데, 위험한 귀여움이다. 모든 독재자가 가진 위험한 매력"이라고 귀띔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소위 말하는 근미래다. 여기 있는 분들이 겪게 될 일이자 여러분 세대 이야기다. 그만큼 현실감 있고 우리 피부에 와닿는 SF"라며 "우리끼리는 농담처럼 발냄새 나는 SF라고 했는데, 요즘은 10년 후는 물론 불과 2~3년 후 우리에게 어떤 일 닥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영화 속 벌어지는 일이 SF적으로 보일지 몰라고 여러분은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생충'으로 칸과 오스카를 휩쓸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봉준호 감독과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배우 로버트 패틴슨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는 '미키17'은 오는 2월 28일 전 세계 최초 국내 개봉한다.

    외화 '미키 17'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미키 17'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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