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계엄 선포 약 3주 전인 11월 '롯데리아 회동'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위해 체포조를 나누고 "야구방망이를 준비하라"는 등 구체적 지시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17일 문 사령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3시쯤 안산 소재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 등에게 "부정선거와 관련한 놈들을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가 사실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전 사령관은 "야구방망이, 케이블타이, 복면 등도 잘 준비하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문 사령관은 배석한 정보사 대령에게 "일단 체포 관련 용품을 구입해오면 내가 돈을 주겠다. 장관님 지시이니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문 사령관은 이틀 뒤인 11월 19일 최종 선발 요원 40명 명단을 보고받고 이를 노 전 사령관에게 텔레그램 등으로 전달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12월 1일엔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 등을 다시 만나 "계엄이 선포되면 즉시 중앙선관위로 선발대를 보내 서버실 등을 확보하라"며 "믿을만한 인원들로 10명 정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문 사령관은 이에 따라 정보사령부 소속 대원 10명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시켰다. 이들은 실탄 100발과 소지한 채 차량 2대에 나눠 탑승해 선관위 인근 도로에서 대기했다.
문 사령관은 또 노 전 사령관이 주도한 계엄사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으로 편성될 부대원 36명을 판교 정보사 100여단 대회의실에 집결시켰다. 조사에 따르면 이 곳은 '부정선거 혐의'를 근거로 선관위 직원들을 감금시킬 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문상호 정보사령관. 윤창원 기자정보사 A 대령은 문 사령관 지시에 따라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표식이 달린 목걸이 표찰,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3개, 케이블타이, 안대, 복면, 밧줄 등을 준비한 뒤 체포 대상인 중앙선관위 직원 30여명의 명단을 불렀다.
A 대령은 "이들은 선거를 조작한 범죄자이므로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라며 12월 4일 오전 5시께 출동해 아침에 출근하는 이들 직원을 케이블타이 등으로 포박하고 얼굴에 복면을 씌워 수도방위사령부 B1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수방사 벙커로 선관위 직원을 이송한 후 취조 공간을 확보하는 A조, 선관위 방송실로 이동해 미협조시 체포한다는 내부 경고 방송을 송출하는 B조, 선관위 직원 전체 명단을 확보하고 청사 내 조사실을 확보하는 C조 등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선관위 장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