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7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가운데 안철수 의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종민 기자여당의 '보이콧'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부결 위기인 가운데, 국회의장이 투표 종료 선언을 미루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정족수 200명 못 넘고195명 투표…우 의장, 투표 종료 선언 보류 중
우원식 국회의장은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국민의힘 국회의원 여러분께 호소한다"라며 "투표에 동참하라"고 요청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의 참여를 독려하며 투표 종료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특검)법 표결 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우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투표를 마친 후 본회의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우 의장은 "부당한 비상계엄의 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투표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이 모습을 국민이, 세계가, 역사가 어떻게 볼 것이라고 생각하나. 역사의 평가가 두렵지 않나"라며 "허약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세계의 평가가 훼손된다면 그것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이 문제는 정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역사와 민주주의 문제"라며 "투표에 동참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표를 거부하는 것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하는 건 안된다"며 "각자 자유의사에 따라서 투표하실 분들은 투표하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 당론을 비판했다.
또 "그게 애국자로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 생각한다"며 "꼭 들어와서 투표하시기를 바란다"고 재차 당부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탄핵안 부결이라는 당론에 따라 표결에 불참했다.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재까지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 3명이다. 안 의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김예지 의원과 김상욱 의원은 민주당 투표 중 들어왔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투표에 참여했지만, 의결 정족수 200명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투표한 의원이 모두 가결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더라도 195표에 불과하다. 김상욱 의원은 투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당론에 따라 이번 탄핵안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해 반대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으로는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탄핵안 제안설명 중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를 촉구했다. 그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지키겠다는 것은 헌정질서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의 공범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내린 결정은 대한민국의 흥망을 결정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님들, 이 자리에 빨리 돌아오셔서 내란 수괴 윤석열을 탄핵하고 민주주의와 민생 경제와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데 참여해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며 제안 설명을 마쳤다.
박 원내대표는 제안 설명을 끝낸 뒤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가나다 순으로 한 명, 한 명 호명하기 시작했다. 착석해 있던 야당 의원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호명하면, 연단 아래 의원들은 그 이름을 따라 제창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면서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지난 5일 오전 0시 48분쯤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날 자정 직후인 8일 0시 48분까지 표결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개별 의원들의 자유 투표를 막기 위해 강제로 의원총회를 열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 중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 참가 방해를 받고 있지 않다. 누구든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다"며 "감금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가짜뉴스다. 지금도 얼마든지 (본회의장에) 가려면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세번째 발의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부결…2표 모자라
연합뉴스탄핵안 표결 전 진행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은 부결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진행했는데, 총 투표 300명 중 찬성 198명, 반대 102명으로 부결됐다. 가결에는 2표가 모자랐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석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이날 본회의에는 의원 전원이 참여해 200명이 찬성했어야 가결이 가능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탈표가 6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김 여사 특검법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특검법을 부결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탈표를 막지는 못했고,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 두 번째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재표결에서 4표의 이탈표가 나온 바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참여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표결에 불참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