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 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도 피고인으로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에스엠 경영권 확보전 국면에서 하이브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에스엠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정상적 경영활동" VS "주가 인위적 부양 의도 명백"
이날 검찰과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카카오의 에스엠 주식 매수 성격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지분 경쟁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상 필요성에 따라 이뤄진 행위를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타 기업(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있더라도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나흘에 걸쳐 하이브의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해당 기간 총 553회의 시세조종 매집이 이뤄졌으며 이에 동원된 금액은 약 2400억 원 규모였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약 1100억 원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명의로 에스엠 주식을 사들이는 데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그해 2월 10일부터 3월 1일까지 진행된 하이브의 에스엠 공개매수 기간 중에 11만 원 안팎이었던 에스엠 주가가 13만 원선 위로 급등하면서 하이브는 에스엠 지분을 1%도 채 확보하지 못한 채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직후인 3월 말 카카오는 결국 에스엠 최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검찰은 김 위원장 측 변호인에 맞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에 대응하는 합법적인 방법이 존재하며, 김 위원장이 경영권 취득 목적을 밝히지 않고 주식을 매집하려 한 점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또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려는 의도가 명백해 기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에스엠 주식 매수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5%룰 위반' 혐의도 받는다. 자본시장법상 본인과 그 특별관계자가 보유하는 주식의 합계가 해당 주식 총수의 5% 이상이 되면 이를 5영업일 이내에 금융위원회 등에 보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도 김 위원장 측은 "김 위원장이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주식 매수에 어떤 관여도 안 했고, 어떤 사실도 알지 못했다"며 원아시아파트너스를 제외하면 '5%룰 위반'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檢, 증거만 2270개 제출
연합뉴스검찰은 재판부에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를 입증할 2270개의 증거를 제출하는 등 30여분간 김 위원장 등 피고인들의 의혹 정황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검찰은 하이브의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한 김 위원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은 카카오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저지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고 했다.
아울러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김 위원장의 컨펌 하에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에게 전화해 '주가가 빠지고 있으니 더 사달라고 이야기해달라, 12만 원 이상 주가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변호인은 "투자를 준비한 직원은 각자의 입장과 위치에 따라 생각에 차이가 있는데 검찰은 이들이 마치 하나의 생각을 가진 것처럼 제 3자의 대화 내용을 유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며 "그 자체로 부당할 뿐 아니라 죄를 입증하기 부족함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달 말까지 변호인 측의 증거를 검토한 뒤, 오는 10월 8일에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검찰과 변호인의 입장을 들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