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와 여당이 의과대학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의료계의 참여는 불투명하다.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를 대화 시작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데, 정부는 2025년도 의대 증원은 이미 일단락됐다며 협의체를 통해 2026년도 이후 의대 정원부터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정부와 의료계가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협의체 구성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협의체 구성하자' 했지만 "2026년 이후부터" 내용은 그대로
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2026학년도부터 의대 증원을 논의할 수 있다며 의료계에 '합리적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촉구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7일 "의료계가 2026학년도 이후의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 과학적 근거를 갖추어 합리적 의견을 제시할 경우, 정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존중해 2천 명이라는 숫자에 구애되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재논의할 수 있음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지난 1년 8개월 넘게 줄기차게 의료계에 요청해 온 '과학적 근거에 의한 합리적 의견 제시'는 불변"이라며 "의료계가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과학적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재논의한다는 정부 입장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제로베이스에서 재논의할 수 있다'며 전격적으로 나서며 대화를 촉구했지만,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논의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한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또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기로 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정부가 의료계에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전격 제안했지만, 그 내용은 의료개혁 초반부터 주장해 온 것과 다르지 않다. 앞서 지난 4월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합리적인 통일된 대안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의료계 '2025학년 증원 재검토'…"전공의 사직한 이유"
연합뉴스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당장 내년도인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원점 재검토해야만 대화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일 "2025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여야정의 단일한 대책을 먼저 내놓으라고 반발했다.
의과대학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2025년 입학정원에 대한 논의가 없는 협의체가 무슨 의미가 있나, 국민의힘과 정부가 진정 현재의 의료대란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사직 전공의들이 요구안으로 내건 '2025년 의대 정원 재검토'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공의들을 불러올 명분이 없다고 보고 있다. '떠난 제자'들을 불러올 여지를 달라는 것이다.
사직 전공의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사직 전공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사직까지 했다"며 "이를 빼놓고 하는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마치 새로운 말을 하는 것처럼 (포장)하는데, 의사들에게 '통일된 안을 달라'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부터 매번 하던 말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에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계에서 던진 '2025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를 받아서 대답을 해줘야 한다"며 "이를 빼놓고 하는 대화는 공허한 이야기만 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 대란 등) 위기설이 나오고 정권 지지율도 떨어지니까 정부가 다급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