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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 해결, 청년 삶의 주권 회복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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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출산 문제 해결, 청년 삶의 주권 회복이 시작

    편집자 주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진 대한민국의 인구위기.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까지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그 해법을 찾는 데 온 사회가 골몰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인구위기를 극복하려 'Happy Birth K' 캠페인을 펼쳐온 CBS는 [미래를 품은 목소리] 연재 칼럼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전합니다.

    [미래를 품은 목소리⑥]리워크연구소 조은주 대표
    前 국무조정실 제1기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前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리워크연구소 조은주 대표리워크연구소 조은주 대표
    청년들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문제 중 항상 인구정책과 맞물려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저출산 문제'이다. 노동시장 진입과 생활의 안정을 위한 독립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저출산 문제는 청년에게 '불편한 엮임'으로 다가온다. '불편한 엮임'은 저출산-저출생 표현을 둘러싼 프레임과 맞닿아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미혼 청년,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에게 저출산 문제가 귀결되는 듯한 뉘앙스를 쉽게 떨쳐버릴 수 없다. '저출산 문제'를 '청년 문제'로 등치시키면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출산 문제'는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양극화와 불평등의 사회 구조적 문제와 기후 위기, 기술 변화로 인한 불안정한 미래가 투영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20·30세대가 상당히 입체적인 세대이지만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에서 마주했던 굵직한 사회 단상들을 살펴보면, 청년들에게 '생존' 자체가 생애 과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청년들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직·간접적으로 겪었으며,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목격했고, 저성장이 한국경제의 뉴노멀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을 마주하며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감행하고 있다. 부모로도 자녀로도 살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며,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 명의 존귀한 생명을 낳아 기르는 삶의 맥락을 만들 선택의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는 어느 한 청년의 말을 과한 표현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실업 고공행진과 노동시장 양극화 속에서 워킹푸어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청년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자금 대출, 주택 대출, 생활비 대출 등 빚의 굴레가 청년의 삶을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작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기준 청년층 가계대출 채무부담(LTI)은 262%로 나타났으며, 저소득 상태에 다중채무자인 청년 취약차주 비율이 17.8%까지 높아졌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 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서도 2021년 기준 청년 가구 중 소득대비부채비율(DTI)이 300% 이상인 위험 지표에 해당하는 청년이 21.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한편, 내 집 마련과 관련하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8명이 내 집 마련을 원하지만, 부모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현재의 소득만으로 안정적 삶을 위한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부모 소득에 따라 갈리는 내 집 마련에 대한 불공정 인식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생애 내 집 마련은 글렀다'는 자조와 '숨만 쉬어도 빚'이라고 말하는 청년들에게 저출산 문제의 화살을 돌리기 이전에 청년들의 삶에 드리운 다중위기의 복합적 사회문제를 먼저 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청년과 저출산 문제를 굳이 불편하게 엮어 해결하려는 얕은 수를 넘어야 한다. 저출산 시대를 살아갈 청년과 다음 세대가 다중위기의 큰 파고를 넘어설 수 있도록 '청년들이 삶의 주권을 회복하도록 어떻게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푸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이 '무엇을 먹고,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할 틈도 주지 않은 채, 빚을 지게 하고, 급하게 불안정 노동시장으로 휩쓸리듯 빨려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더 나은 일을 찾아 기꺼이 비싼 물가와 지가를 부담하며, 서울·수도권 과밀의 주역이 되게 해서도 안 된다.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쌓은 청년들이 살고 싶은 지역에서 자치, 자립,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되, 그 중심에 주도적인 역할을 청년들이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청년 개개인이 본인이 살고 싶은 지역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삶을 극한 경쟁과 생존에 가두는 것이 아닌, 다음을 모색할 수 있는 미래 시점에 삶을 두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마을기업 현장 찾은 이상민 장관. 연합뉴스청년마을기업 현장 찾은 이상민 장관. 연합뉴스
    이런 맥락에서 청년정책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 시도가 행안부의 청년마을 조성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청년마을 조성 사업의 경우, 저출산 문제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 속 청년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넛지 역할을 한 정책이다. 이외에도 서울시의 넥스트로컬(NEXT LOCAL) 사업은 서울 청년이 지방으로 내려가 지역 자원을 활용하거나, 지역 내 문제를 비즈니스 기회로 삼아 창업 모델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행안부 청년마을 조성 사업과 함께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며 자신의 문제와 지역의 활력을 함께 모색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최근 정부가 「청년기본법」을 개정하며, 청년친화도시를 지정하고 지원하는 사업 역시 같은 맥락으로 지역발전 과정에 청년 참여를 촉진하고자 시행을 앞둔 정책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종합적,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전제한 설계와 지원이 부재하거나 매우 부실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좋은 시도였다'로 끝난다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은 60~70년대 경제개발 계획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전폭적, 지속적, 체계적으로 지원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한 부처나 한 지방자치단체의 '노-오력 수준'을 넘어야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삶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의 삶과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과정의 결실은 바로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저출산 문제 관련 대책을 온갖 정부의 정책을 이합집산하듯 묶어 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저출산 대책에 청년을 억지로 엮지 말고, 청년의 삶을 중심에 두고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저출산 시대를 살아갈 현 세대인 청년들이 삶의 주권을 찾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저출산 문제의 얽힌 실타래는 영원히 풀 수 없는 난제로 남아있을 것이다.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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