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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미래를 열기 위해 실험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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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준비된 미래를 열기 위해 실험정신이 필요하다."

    편집자 주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진 대한민국의 인구위기.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까지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그 해법을 찾는 데 온 사회가 골몰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인구위기를 극복하려 'Happy Birth K' 캠페인을 펼쳐온 CBS는 [미래를 품은 목소리] 연재 칼럼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전합니다.

    [미래를 품은 목소리③]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오래된 미래』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원어 제목은 Ancient Futures인데, 스웨덴의 언어학자이며 생태환경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썼다. 인도 북부의 히말라야 오지에 있어 척박하고 고립된 땅인 라다크가 세계화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생활양식과 공동체가 파괴되는 과정을 기술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반개발 논리에 기반한 사업을 제안했다. 우리는 미래가 항상 새로운 무엇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오히려 과거에 있었던 생태친화적이고 공동체 중심의 생활양식으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한다. 그래서 미래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개발주의와 물질주의를 뼛속까지 체화한 한국인에게 이런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서구에 뒤처진 근대화를 압축성장으로 따라잡고 세계 경제 10위에 도달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압축성장은 압축소멸로 이어지는 것 같다. 우리의 합계출산율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고, 고령화 속도는 세계 1위 수준이다. 프랑스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14년이 걸렸다면 한국은 불과 1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2021년에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인구 데드 크로스'가 발생해서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었다. 또한 청년층이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집중하면서 비수도권의 모든 '도' 지역은 인구소멸의 위험에 처해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성장이 멈추고, 불평등이 심해지고, 도전 대신 안전을 택하는, 한 마디로 '쪼그라지는 대한민국'이 되어가고 있다.

     이민이 인구 감소의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불가피한 해법이지만 이민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문제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은 이민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민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경제적 위협, 범죄율을 높인다는 사회적 위협, 그리고 한국의 전통문화와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문화적 위협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반 국민은 이민자를 한국사회의 정식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한다. 이민과 다문화사회에 관해 여러 차례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은 이민과 다문화주의를 수용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으로 양분되어 있다. 단일민족국가로 남을 것인지, 이민국가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해 국론이 분열되어 정부는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는 익숙하고 안전하지만 결국은 쇠약해지는 길로 가는 '예정된 미래'와 생소하고 위험하지만 기회의 땅으로 가는 '미지의 미래' 중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우리가 현명하다면 '준비된 미래'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이민이 우리가 당면한 문제의 해법 중의 하나라면 이민으로 인한 이득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여 이민에 대한 내국인의 우려를 줄이는 '질서 있는 이민'을 택해야 한다. 정부가 이민자의 규모와 자격 요건, 그리고 거주국 내 사회구성원 자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내국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회발전에 이바지하게끔 해야 한다. 이렇게 효과적으로 이민을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을 때 일반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고 이민정책을 지지하게 된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방법이 시범사업, 파일럿 프로젝트, 또는 정책실험과 같이 본격적인 정책 도입에 앞서 정책의 효과성과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정책 대안의 효과성을 검증하고 위험과 예산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관리가 가능한 제한된 범위에서 소규모로 정책을 시행하고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위험이 적으면 보다 넓은 범위와 대상으로 정책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민정책과 관련하여 최근에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이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외국인 가사근로자와 간병인 도입이다.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맞벌이 부부의 가사와 육아 부담을 줄이고 노인들의 간병을 맡아줄 내국인 인력이 부족하기에 외국인 돌봄노동자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외국인 가사근로자와 관련해서는 100명을 시범 도입해서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가정, 다자녀가정 등에 우선 배정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여러 여성단체와 인권단체, 요양원협회 등은 외국인 돌봄노동자들이 저임금, 노동력 착취, 인권 침해에 방치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들은 정부가 돌봄노동 시장을 발전시켜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지 않고 값싼 외국인력을 도입하려고만 한다고 비판한다.

     분명 이러한 우려와 비판에는 타당한 면들이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본격적인 정책 도입에 앞서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돌봄 서비스 인력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돌봄 서비스 공급 부족이 2022년에 19만 명으로 급증했고, 2042년에는 61만 명~15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강도, 장시간의 감정노동을 수반하는 돌봄노동의 특성상 임금과 근로조건의 개선만으로 내국인을 돌봄노동 시장으로 유인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외국인 돌봄 인력의 도입은 불가피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나중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시급하게 되었을 때 대책을 세우기보다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이글에서는 외국인 가사근로자와 간병인 도입 문제를 다뤘지만, 이외에도 외국인 유학생과 우수 인력을 유치하려는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민 문제뿐 아니라 청년 실업, 빈곤, 불평등, 저출생, 고령화, 지방소멸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부단하게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사회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미지의 미래를 실험정신으로 개척하여 준비된 미래를 열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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