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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댓글부대' 과감한 결말…혼란 가득 쾌감 의도했죠"



영화

    [EN:터뷰]"'댓글부대' 과감한 결말…혼란 가득 쾌감 의도했죠"

    핵심요약

    영화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상> 연출 편

    영화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영화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로 단번에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으며 차세대 감독으로 떠오른 안국진 감독. 그가 선택한 두 번째 영화는 블랙코미디와 함께 여전히 한국 사회를 관통한다.
     
    안 감독이 두 번째로 주목한 사회의 모습은 '댓글부대'다. 실체 없는 존재이자 음모론에 그쳤던 댓글부대는, 영화의 오프닝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그 실체와 함께 여론 조작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 바 있다. 그렇게 '댓글부대'는 현실과 스크린, 진짜와 가짜 사이 경계를 끊임없이 오가며 지금 우리 사회를 상대로 다양한 의문을 제기하고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방식은 기존 상업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문법인 만큼 혼란과 신선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특히 '댓글부대'의 열린 결말은 개봉하자마자 관객들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이마저도 감독의 의도다. 영화가 '극장' 안에서 끝나지 않고 '현실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 것이다. 과연 안국진 감독이 '댓글부대'의 연출과 엔딩을 통해 가고자 했던 길 끝에 놓인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현실과 영화, 진실과 거짓을 오가는 '댓글부대'

     
    ▷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감독만의 영화를 만들어가고 싶었나?
     
    영화에는 빌런이 있지 않고 선인도 없다. 따지고 보면 선인이 아닌 만큼 악인도 아니다. 난 원작 소설처럼 누군가를 대상화하거나 빌런을 설정한다기보다 이 사회 그 자체를 해석하는 데 더 중점을 뒀다. 그게 더 현실성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내가 당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은연중에 행한 것 같기도 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더 치중했다. 그런 게 원작과 더 달랐던 거 같다.
     
    ▷ 영화는 시작부터 촛불시위, 탄핵 등 실제 현실의 모습과 영화 속 현실을 오가는 것은 물론 진실과 거짓을 오가는 등 경계의 모호함을 추구한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영화인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그 경계를 오가면서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게 되는 구조다. 영화를 어떤 식으로 가져가고자 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은 무엇인가?
     
    영화에 나오는 소재나 사건이 가능한 실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설사 가상의 사건이 나오더라도 차라리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음모론을 차용하는 게 더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가, 난 요즘 영화는 관객이 보고 나서 재소비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재해석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영화적 경험을 하는 사회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최대한 휴대폰을 못 볼 정도로 몰입시키겠다는 기준이 있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휴대폰을 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검색하거나 정보를 받아들였을 때 영화가 끝나지 않은 거 같은 혼동에 휩싸이면 좋겠다고, 그리고 정보를 갖고 영화를 보면 또 다르게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 몰입을 위해서인지 영화의 호흡이 빠른 편이다.
     
    관객이 계속 따라가게끔 만드는 게 중요했다. 영화가 한번 시작하면 다른 데 신경 못 쓰게 해야 한다. 휴대폰 볼 시간도 주지 말자고 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편집 호흡이 많이 중요했다. 대사 리듬이나 편집 호흡에 많이 신경 썼다. 또 관객의 시선, 모니터와 현재를 오가는 리듬에 대해서 많이 신경 썼다. 관객이 어디까지 이해하고 넘어가고 어디까지 다 못 본 거 같은지까지 계산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궁금증을 쌓은 후 끝나면 비로소 찾아보는 호흡이었다.
     
    ▷ 빠른 호흡뿐 아니라 조명 디자인 역시 몰입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크게 콘셉트를 가져간 건 '반사'라는 키워드다. 임상진과 팀알렙 둘 다 반사의 이미지가 쓰였다. 임상진 본인이 투영되는 반사, 즉 실체가 있는 반사가 알고 보면 굉장히 많다. 그리고 팀알렙은 실체 없는 조명에 대한 반사가 많다. 실제로 팀알렙 집 같은 경우 조명을 구현하는 게 많이 까다로웠다. 창밖으로 관람차가 비치는데, 조명 하나만을 위해 미니어처 크기의 관람차를 제작했다. 정말 조명 하나만을 위해서 최대한 진짜 같은 느낌으로 반사되는 조명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도록 공을 많이 들였다.
     
    ▷ 영화에도 등장하는 대사처럼 진짜와 가짜가 끊임없이 얽히고설키는 데 이러한 연출들도 한몫했다.
     
    실제 사건과 이 영화에 대한 해석과 여러 가지 것들이 계속 시너지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해석도 여러 방면으로 생길 거 같고, 영화를 본 관객이 어느 입장인지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 거라고 봤다. 계속 그렇게 다른 시각, 다른 느낌으로 보이지 않을까? 그리고 볼 때마다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 영화에 그런 게 많다. '이것도 진짜였어?' 그런 걸 계속 찾아 나갈 수 있는 영화이기에 해석의 여지가 꾸준히 있을 거라고 본다.

    영화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영화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다시 시작으로 돌아온 열린 결말

     
    ▷ 영화가 마지막에 다시 영화의 시작으로 돌아가면서, 열린 결말로 끝난다. 이는 경계의 모호함과도 이어지며 관객들에게 의문과 질문을 던지기 위함으로 보인다. 열린 결말로 가기까지 가장 고민했던 건 무엇인가? 그리고 이러한 열린 결말을 통해 감독으로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나 바랐던 지점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듣고 싶다.
     
    끝났는데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는 목적도 컸고, 난 이게 훨씬 더 현실적이고 끝나고 나서 정보를 알게 될 때 점점 더 무서워지는 엔딩일 거라 생각했다. 일반 관객들이 봤을 때 혼란스러운 쾌감을 느낄 거라 생각한다. 이게 명확히 '끝이 아니야' '답답해'가 아니라 끝나지 않는 혼란함으로 인해 여운이 오래 갈 거라고 판단했다.
     
    이걸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디서부터 다시 의심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던질 거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시작해 봐야 하는 이야기를 그제야 이해할 수 있는 흐름으로 가지 않나 싶다. 거기에 대해 이 엔딩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 결국 영화를 극장 안에서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극장 바깥으로 갖고 나간 후 확장해 가길 바란 것 같다.
     
    지금 시대에 흥행할 수 있는 상업 영화라는 건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양산형 영화 내지 상상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한국형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과감하게, 그리고 관객을 무시하지 않고 관객이 나만큼 똑똑할 거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찍어야 흥행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입장에서 누군가는 용기를 냈다고 이야기하겠지만, 난 이게 오히려 흥행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서 한 선택이었다.
     
    지금 영화의 흥행은 장담할 수 없고, 유일하게 진짜 안전한 흥행은 잘 만들어서 오랫동안 관객이 다시 찾는 영화다. 극장에서 내려갔다 해도 OTT에서 계속 볼 수 있는 영화, 최소한의 퀄리티가 보장되고, 최소한의 신선한 질문을 하고, 관객의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거기에 더해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관객도 무시하지 않는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 엔딩은 처음부터 이 엔딩이었나?
     
    엔딩의 장소만 바뀌었을 뿐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엔딩을 두고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중간에 간혹 있었는데, 그런 불안한 시선조차도 관객을 무시하는 태도라 생각했다. '관객이 이해하겠어?'라는 불안함이었으니까.
     
    <하-배우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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